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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④] "수사정보 유출 의심되면 내사? 미운털 박힌 검사 솎아내기"


입력 2021.08.09 05:02 수정 2021.08.08 17:16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개정안 9일까지 의견 취합…8월 중 최종안 확정

법조계 "'의심'의 기준 지극히 주관적…정권 수사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

"이미 공소 제기 사건도 공개하지 말라? 황당…결국 국민의 알권리 침해할 것"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장관 뒤쪽은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법무부가 검찰 수사내용의 의도적 유출이 의심될 경우 인권보호관이 내사에 착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공보 활동을 막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검찰 수사팀에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해 수사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법무부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이 들면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내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9일까지 규정안 관련 일선 의견을 취합한 뒤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공보관이 아닌 자가 언론기관 종사자와 접촉해 수사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검사나 수사관이 범행 동기, 관련자 진술 등 본질적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내사에 착수할 수 있다.


또 인권보호관은 악의적인 피의사실 공표를 의심할 만한 진정이 외부로부터 접수된 경우 진상조사를 벌이고, 범죄와 비위를 발견하면 소속 기관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를 받은 기관장은 감찰 조사를 할 수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조항이 자의적으로 해석돼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틀어막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되면 형사상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인권보호관이 수사팀의 유출이 의심된다고 자의적으로 발본색원하듯 내사를 벌이면 수사팀은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과 관련된 중요하고 무게감 있는 사건일수록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인권보호관이 유출자 내사를 벌이는 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의심'의 기준은 주관적이어서 정권의 의심을 사는 수사는 벌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장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잘못된 것이 맞지만, 이미 공소 제기된 사건도 공소장을 공개하지 말라는 황당한 규칙"이라며 "공소장 비밀유지는 위헌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니 변칙을 둬 내사를 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기소한 사실이 유출되면 의도적으로 유출했든 검찰이나 법원이 유출했든 관계없이 미운털이 박힌 검사를 트집 잡아 내사할 수 있다"며 "정권에 불리한 사실은 알리지 말고 소문도 내지도 말라는 규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박인환 변호사도 "'의도적 수사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보도'라는 내사 착수 기준이 모호하다"며 "괘씸한 검사가 있으면 피해사실 공표를 하지 않았는데도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내사하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의 반발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인권침해를 근절하겠다'며 규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장관은 "수사내용 유출 내사가 '권력 수사를 가린다, 뭉갠다' 그런 우려가 있는데 전혀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며 "당당하게 절차대로 권한대로 수사하면 되는 것이다. 언론에 알리지 않으면 수사가 안 되는 수사는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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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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