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지 기업 대상 2차 석유제품 수출 쿼터 대폭 낮춰
원유 수입도 규제…中 정유사들 생산·수출 공급조절 불가피
공급과잉 해소로 韓 정유사 마진 확대 기회 '촉각'
중국이 최근 현지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대대적으로 축소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지 관심이다.
중국의 석유제품 순수출이 줄어들게 되면 아시아 정유 시장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국의 정유산업 규제 강화가 계속되는 한, 공급부담이 완화돼 제품 마진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현지 국영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두 번째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인 플래츠(Platts)는 국영 기업인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가 1차 981만t에서 2차에는 280만t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3차 수출 쿼터를 발표하기 전까지 280만t 이상의 석유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는 의미다.
1·2차를 합산한 수출 쿼터가 1261만t으로 확정될 경우 지난해(2128만t) 보다 41% 대폭 줄어들게 된다.
중국 정유 산업은 정부가 설정한 수입·수출 쿼터 내에서 수급 통제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급 상황에 따라 연간 3~5회에 나누어 현지 정유사에 수입·수출 쿼터를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국영 기업인 시노펙(중국석유화공) 역시 2차 수출 쿼터가 320만t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1차 수출 쿼터인 1207만t 보다 73.5% 줄어든 수치다.
시노켐(중국중화집단공사)의 2차 수출 쿼터도 1차 260만t에서 90만t 감소한 170만t으로 전망됐다. 중국 정유사들은 수출량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정제 설비 가동률을 대대적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는 탄소중립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플래츠는 "중국은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제한하고 올해 남은 기간 할당량을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중국은 수출 뿐 아니라 최근 수입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민간 정유업체(Teapot)를 대상으로 경순환유(LCO) 등 3종의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 소비세를 부과한 데 이어 원유 수입 쿼터도 전년 보다 35% 가량 축소했다. LCO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황 함량이 높으며 주로 경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각종 규제를 떠안게 된 중국 국영·민영 정유업체들은 당분간 석유제품 공급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유사들의 생산 및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서 아시아 정유시장에 대한 순수출량 역시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정유 시장은 그간 중국의 수급 정책에 따라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돼왔다. 공급 부담이 완화된 만큼 석유제품 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의 정유사 규제 강화에 대해 "중국 정유사들이 수출 보다는 내수 시장에 좀 더 공급을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역내 수출 물량은 결과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중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하반기 역내 마진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정부는 기후 목표를 저해하는 정유업체의 공급과잉에 대해 민간·국영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면서 "이러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정유산업은 물론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과잉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발 공급 축소와 맞물려 수요 확대 전망이 더해지면서 하반기 정유사들의 마진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이 석유·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줄일 경우 공급과잉 원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수요 회복 전망도 국내 정유사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에너지 기관들은 석유 제품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에는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7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2분기 하루 평균 9532만 배럴이던 글로벌 석유 수요는 3분기 9824만 배럴로 증가한 뒤 4분기엔 9982만 배럴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항공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교통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1일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항공객은 223만8462명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역시 3달러대를 회복하면서 수요 회복 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 영향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점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각국에서 셧다운 등 고강도 조치를 이어갈 경우, 제품 수요 회복은 그만큼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공항 이용객 수가 늘고 있고, 운송용 연료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석유제품 수요는 상반기 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