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클래스 3개월 연속 월 1500대 이상 팔려…판매액 2800억원 이상
평균 3000만원 국산차 5000대 팔아봐야 1500억원
‘불황일수록 고가 제품은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자동차 업계에도 현실로 나타났다. 기본 1억4000만원, 최상위 트림은 2억원을 훌쩍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고가의 차종인 만큼 매출 기여도도 높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S클래스 단 한 차종 만으로도 이른바 ‘르쌍쉐(르노삼성·쌍용차·쉐보레)’로 불리는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 S클래스는 지난 4월 말 출시 이후 인도가 본격화된 5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월 150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5월 1695대를 시작으로 6월 1696대, 7월에는 1522대가 각각 판매됐다. 수입차 전체 모델별 판매 순위에서도 5월과 7월은 3위, 6월은 2위에 올랐다. 중형 세단과 SUV들이 주를 이루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대형 력셔리 세단이 판매량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월 1500대 이상의 판매량은 대중 타깃의 국산차로 쳐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하물며 2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대형 럭셔리 세단이 이정도 판매됐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다.
벤츠 S클래스는 기본 트림(S 350d) 가격도 1억4060만원에 달한다. 최상위 트림(S 580 4MATIC)은 무려 2억1860만원이다.
이정도 차를 타는 이들 중 굳이 기본트림을 택하는 검소한(?) 이들은 많지 않다. S클래스 구매자 중 3분의 2 이상은 최상위 트림이나 차상위 트림을 택했다.
7월 판매된 1522대의 S클래스 중 620대는 2억1860만원짜리 S 580 4MATIC이었고, 469대는 1억8860만원짜리 S 500 4MATIC이었다. 벤츠 코리아는 이 두 개 트림만으로도 2200억원 이상을 쓸어 담았다. 하위 트림까지 포함하면 S클래스 판매금액이 2800억원 이상이다.
이는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쉐보레) 등 중견 완성차 3사가 국내 시장에 판매한 전체 차종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을 상회한다. 한 달 내수 판매가 5000대 내외인 이들 3사의 대당 평균 판매가격은 기껏해야 3000만원 수준이다.
르노삼성을 예로 들면, 7월 판매한 4958대 중 절대다수인 3189대가 중형 SUV QM6였다. QM6 중 가장 많이 팔리는 LPe 모델의 중상위 트림 RE Signature 가격이 3000만원이다. 소형 SUV인 XM3나 중형 세단 SM6는 이보다 더 저렴해 평균 가격을 깎아먹는다.
어림잡아 3000만원으로 쳐도 르노삼성의 7월 전체 판매액은 15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벤츠 코리아가 S클래스로 벌어들인 금액의 절반 수준이다. 7월 5692대를 판매한 쌍용차나 4886대를 판매한 한국GM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수입차 한 개 차종만도 못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최근 ‘2021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판매대수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인 18.1%를 기록한데다, 금액 기준으로는 30%에 달했다며 수입산 대비 국내산 자동차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자동차 수요의 고급화·개성화·대형화 추세 속에서 수입산 판매만 급증하는 추세는 생각해 볼 일”이라며 “개소세 부과시점 차이,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거래 시장 참여 금지 등 수입산 대비 국내산 역차별 등의 문제도 있음을 감안해 국내산이 수입산과 동등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여건을 개선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