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의뢰한 서점 주인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 말하고 싶었다"
법조계 "표현의 자유 넘어섰다…공연성·특정성 등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 충족"
"벽화는 '쥴리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계속 확성기 들고 떠드는 것…죄질 안좋아"
"제3자가 벽화의 문구 보고 누구인지 추정하기 어려워…법률적 처벌 힘들 듯"
시민단체 활빈단이 이른바 '쥴리 벽화'를 설치한 중고서점 주인 여모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벽화를 의뢰한 서점 주인 여모씨는 "개인의 자유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조계 전문가 대다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명예훼손죄로 고소한다면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건물 외벽에 '쥴리의 남자들' 벽화가 그려졌다. 이 벽화는 금발의 여성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그림 바로 옆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 등 7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이 벽화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가명으로 일하다 윤 전 총장과 만났다는 일부 정치권과 유튜버들의 주장과 의혹에 기반해 그려졌다. 서점 주인 여씨의 요청으로 한 작가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모씨는 벽화 '쥴리의 남자들'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돼서 (대선에) 출마했다는 말을 듣고 한 시민으로서 분노했고,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말하려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섰다"며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해당 벽화는 공개된 장소에 작성돼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고, 적힌 문구나 그림 등의 내용은 알려진 이야기로 특정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열린 공간에 벽화를 설치해 공연성이 인정되고, 그림 속에 이름 등이 적혀 있지 않더라도 벽화를 본 누구나 김씨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했다고 볼 수 있다"며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법조계의 또다른 전문가는 "벽화는 '쥴리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계속 확성기를 들고 떠들고 있는 것과 같아 죄질이 안 좋다"면서 "가명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누구나 김씨를 연상하기 때문에 누구인지를 특정할 수 있다면 특정성도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벽화를 그린 행동이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점 주인 여씨가 벽화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사자가 허위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다면 위법성 조각을 주장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진실로 인식한 정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유튜버 등 추정과 풍문이 정당한 사유가 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은 '공공의 이익' 여부인데 대통령 후보자의 부인이라고 해도 엄연히 공인이 아닌 사인인 만큼 사생활의 영역이고, 공공의 이익을 다툴 소지도 적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명예훼손 사건은 피해자가 분명히 특정돼야 하는데, 쥴리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표현의 자유 범위는 넘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공연성은 충족했으나 7명의 이름이 기재된 것도 아니고, 제3자가 벽화의 문구를 보고 누구인지 추정하기 어렵다고 봐 법률적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