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지원금 형평성·역차별 반복
향후 추가 지원금 발생 가능성에
전문가 “명확한 기준 마련 필요”
정부 “기준·데이터 보강할 것”
지난 5차례 재난지원금이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으면서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방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은 매번 지급 기준을 놓고 사회적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는 한정된 재원을 더 많이 피해를 본 사람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선별 지원을 역설했지만 정작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면서 형평성과 역차별 등 논란을 낳았다.
허점 많은 건보료, 정확한 선별 어려워
현재 정부는 재난지원금 선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건보료)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료만으로는 정확한 소득 산출에 한계가 있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다.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집과 자동차 등 자산까지 포함된다. 비슷한 소득 수준이라면 지역가입자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책정 시점이 다른 것도 관건이다. 올해 건보료 경우 직장가입자는 지난해 소득을 계산하지만 지역가입자는 2019년 소득으로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지역가입자는 코로나19 발생 전 소득을 기준으로하는 만큼 피해 상황 반영이 어렵게 된다.
이처럼 건보료는 기본적으로 과거 소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의 현재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노출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때 실제 피해자 중심 대책 마련이 어렵다 보니 항상 역차별과 불평등 논란이 따라붙는다.
소상공인 지원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침으로 영업금지(집합제한)나 제한을 당한 경우 받는 재난지원금은 업종과 연 매출, 상시 근로자 수 등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다.
지급 기준이 다르고 같은 영업제한 업종이라도 특성에 따라 피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다. 특히 근로자 수 기준은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자격이 달라진다. 이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으면 재난지원금 받기에 유리하게 되면서 정부 고용안정 정책과도 배치된다.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매출 규모가 큰 업종을 배제하는 것도 역차별 지적을 부른다. 매출이 많은 업종일수록 재난에 따른 손실도 크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칼로 그어버리듯 제한하다 보니 소득 역전 등 역차별 비판을 부른다. 단돈 1원 차이로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결과적으로 소득 역전 현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논란이 반복되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명확한 규정 마련에 나설 때라고 강조한다. 특히 코로나19 외에도 유사한 지원금 지급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득별 지원금 차등 지원…미국식 참고 필요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정부는 그동안 세분화한 기준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코로나19 장기화도 예측 못 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를 정밀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별지급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수”라며 “이와 함께 해당 업종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 기준 마련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김부겸 총리를 상대로 “5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동안 매번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합리적이지 않은 지급 기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치권과 사회 전체가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데 현행 건보료 방법은 뚜렷한 한계가 보인다”며 “정부는 더 필요한 곳에 더 두텁게 지원하자고 외치는 데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구축은 굉장히 더디게 진행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매번 같은 내용으로 논쟁을 재현하는 것은 국력을 낭비하는 것인 만큼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서 국민 갈등을 줄여야 한다”며 “정확한 국민 소득과 자산 파악은 아동수당과 기초생활보장 등 다른 제도를 위해서라도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총리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어떤 곳인지, 실제 도움을 준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할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건보료 자료와 행안부, 국세청 자료 등 이번 (재난지원금 논란) 과정을 통해서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자료를 보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향후 인공지능 도입 등 개인별로 사회적 보조 체계 내에서 도움의 형태 등이 정비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국식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지난해 연 소득 7만5000달러 이하에 1인당 1200달러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대신 7만5000달러 이상일 경우 초과 소득 100달러당 지원금을 5달러씩 줄여 연봉 9만9000달러 미만까지 지급했다. 소득과 반비례해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우 기준을 넘으면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는 반면 미국은 소득별로 차이는 나지만 기준이 넘어도 일부는 지원금을 받게 된다. 물론 미국식 또한 완벽하진 않지만 역차별 논란을 최소화하는 완충장치는 마련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