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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증권' IRP 고래싸움…새우등 터진 보험사


입력 2021.07.29 06:00 수정 2021.07.28 11:0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수수료 0원' 경쟁에 판 커진 시장

'성장 답보' 보험사 영향력만 축소

국내 금융권별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사들의 개인형퇴직연금(IRP) 영업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IRP를 통해서만 6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새로 끌어 모으며 고속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은행·증권사들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의 '수수료 0원' 선언으로 촉발된 IRP 대전에 은행이 맞불을 놓으며 관련 시장이 급격히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보험사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국내 금융사들이 확보한 IRP 적립금은 총 41조3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6조6299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업권별로 보면 우선 은행들의 IRP 적립금이 27조794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5%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조9397억원 늘며 전업권에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IRP 적립금 역시 10조1516억원으로 34.6%나 늘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증권업계 IRP의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다.


반면 보험사들의 IRP 적립금은 2.8% 늘어난 3조908억원에 그쳤다. 은행·증권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IRP 시장에서 보험사의 영향력은 더욱 쪼그라들게 된 모양새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아 가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 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다.


IRP는 확정급여형이나 확정기여형 등 다른 퇴직연금에 비해 자산운용이 자유롭다. 이 때문에 심화하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이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IRP만 냉랭 '온도차'


IRP를 둘러싼 금융사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승부수를 던진 쪽은 증권사였다. 올해 초부터 증권사들은 잇따라 수수료 면제를 앞세워 고객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증권사 IRP의 가입이 눈에 띄게 확대된 배경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금융권 최초로 IRP 수수료 면제를 밝히며 증권업계의 파격 행보를 이끌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IRP 수수료를 없앴다. 현대차증권도 지난달부터 IRP 수익률이 연 0.20% 이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질세라 은행들도 고객을 사수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를 공식화한 직후 대형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가의 경품 행사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큐브 공기청정기나 LG전자의 스타일러, 다이슨 무선청소기 등 은행에서 보기 힘들었던 고가의 가전제품들이 경품으로 등장했다.


은행과 증권사가 이처럼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는 사이 보험사는 조용한 한 때를 보내면서 IRP 시장에서의 영토가 한층 좁아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보험업계의 IRP 위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추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안정성을, 증권사는 수익성을 무기로 영업전을 벌이는 가운데 보험사의 IRP는 자신만의 강점을 찾지 못하면서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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