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연락재개 이상 관계개선...식량·백신 지원 가능성
당장 백신 공급은 어려울 듯...청해부대 사태 등 부담
靑 “코로나 문제 논의 안해...구체적 의제 향후 협의”
27일 약 1년 만에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것을 계기로, 단순 연락 재개 이상으로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이다.
이번 연락선 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식량난과 백신확보 등에 전방위적인 어려움 겪는 북한이 남측에 SOS를 보내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이나 식량 등을 지원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가 당장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북한 백신 지원 발언은 청해부대 집단 감염 사태 이후 ‘북한에 보낼 백신은 있으면서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줄 백신은 없었다는 것이냐’는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아, 정부로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약 34%로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기준 누적 1차 접종자는 1751만6422명으로 전체 인구의 34.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도 당장 북한 백신 공급의 구체적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아직 우리 국민 백신 접종률이 절반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은 여론 등을 고려했을 때 힘들 것”이라며 “만약 공급한다면 우리가 백신 여력이 생기는 내년 초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신공급에 있어서는 우리 정부보다 북측 의사가 더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코백스(COVAX) 측에 ‘타 백신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타진했다.
북한이 원하는 백신은 화이자사나 모더나사의 백신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말 국내 공급될 예정이었던 모더나의 백신이 내달로 밀리면서 국내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태서, 북한에 모더나 백신을 공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초저온 냉동·유통 보관이 필수로, 콜드체인 관리 기술이 필요한 만큼 실제 지원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도 부작용을 우려해 받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북한은 콜드체인 등 기술적 문제로 화이자나 모더나사의 백신 공급을 받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연락 사무소 복원 계기, 북한 백신 공급과 관련해 “현재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모든 상황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백신 지원 등 추후 실질적인 남북 교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냐’는 질문에 “코로나 지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남북 간 의제는 다시 열린 대화 통로를 통해 앞으로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선 복원에 앞서 이뤄졌던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과 관련해선 “코로나와 폭우 상황에 대해 조기 극복과 위로의 내용 등이 있었으며,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들이 있었다”며 “두 정상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서로 간에 위로와 걱정을 나누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가 ‘구체적 남북간 의제 다시 협의’, ‘남북의 코로나 극복’ 등을 언급하는 것을 볼 때, 향후 북한 백신 공급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