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공판에서 증인신문…"조 씨와 인사한 기억 없어"
오락가락 법정 증언…'추론 아니냐'는 변호사 질문에 수긍하기도
검찰 "피고인이 증인의 기억 오염"…조국 "이게 무슨 오염이냐" 발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고교 시절 친구들이 2009년 열린 '서울대 세미나'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법정에서 재차 증언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증인의 기억은 사실과 추측이 혼재된 것"이라며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23일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 공판을 열고 조씨의 고교시절 친구 박모씨와 장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당시 대원외고 학생으로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박씨는 "세미나 당일 조민을 본 사실이 없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세미나 동영상 여학생이 조씨와 닮았지만 조씨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조 전 장관 부모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이자 조씨의 한영외고 동창인 장씨도 "조씨를 세미나 현장에서 본 기억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장씨는 "민이가 왔을 수도 있고 안 왔을 수도 있다"며 "왔었다면 인사를 했을 텐데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증인들의 진술이 2009년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변호인은 "처음부터 기억한 사실과 수사과정에서 새로 기억한 사실, 추측한 사실이 혼재돼있는 것 같다"며 "세미나 현장에서 조씨를 본 기억을 없다는 건 (있었다면) 아는 체 했을 텐데 안했으니 없던 것이 아니냐는 논리적 추론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씨에게 "'조씨를 현장에서 본 기억이 없었다'와 '(조씨가) 현장에 없었다는 건 분명히 다르지 않냐'"고 물었고, 이에 박씨는 "전자"라고 답했다. 다만 박씨는 세미나에 갔다는 사실, 어설픈 영어로 질문한 사실, 좋은 질문을 한 분께 명함을 받은 사실 등 3가지 장면 외에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장씨에게도 세미나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건 증인의 추론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장씨는 "맞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공판 중간에 발언권을 얻고 증인들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박군은 나를 선생님이라 불렀고, 세미나 당일 나랑 밥을 먹었는데 기억나냐"고 물었으나 박씨가 "저녁 먹는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그 날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다시 한번 기억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도 세미나 관련 인턴 활동과 관련해 장씨에게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보내라고 했고 제 딸은 감상문 보냈는데 증인은 요구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의 것을 보냈다"고 말했지만 장씨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증인이 너무나 엉뚱한 걸 보내서 제가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화를 낸 적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기억을 주입하고 있다"며 "증인의 기억이 오염되면 올바른 증언을 들을 수 없으니 적절한 (재판부) 지휘가 필요하다"고 즉각 항의했다. 조 전 장관은 "제가 무슨 오염을 시키냐"며 공방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6월 딸 조씨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조씨가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의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인턴활동을 제대로 마쳐 확인서를 발급받았고 세미나 당일 촬영된 동영상에서 조씨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공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동영상 속 왼손잡이 여고생이 제 딸이 아니라고 하면서 저를 처벌하려 한다. 어이가 없다"며 "컨퍼런스에 참석한 제 딸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고 쉬는 시간에 대화도 나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