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익률 반등 기대 확산
예측 빗나간 자산 조정 변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못 박으면서 보험사들 사이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제로금리로 투자에 난항을 겪던 대부분 보험사들에게 금리 반등은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금리가 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자산 조정에 나섰던 일부 보험사들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에게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이 제시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해 3월 기준금리가 인하 기조로 접어든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나온 금리인상 소수의견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과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켤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2명으로 확대된 후,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인상 시그널을 더욱 명확히 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 금통위 이후 마련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금통위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권 재분류 보험사 '주름살'
보험업계에 입장에서 금리 상승은 반길 만한 일이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통상 투자 수익률도 개선 흐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훗날 다시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사업 구조를 가진 보험사에게 금리 인상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유래 없는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한 후 보험사들의 투자 효율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87%로 전년 동기 대비 0.45%p 급락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채권 재분류를 단행했던 보험사들의 고민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은 매도가능채권 또는 만기보유채권으로 나눠진다. 시장 가치로 평가되는 매도가능채권은 금리가 하락할 때는 가격이 올라 자본 증가로 이어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두고 최근 몇 년 간 상당수 보험사들이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당초 내년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매도가능채권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도가능채권으로 자산을 다시 분류한 보험사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번 재분류한 채권은 3년간 조정이 불가능한 만큼, 보다 근래에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바꾼 보험사일수록 재무 건전성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