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 독점 견제…매장 공간 활용·고용 보장 효과
애플팬 ‘맥북·에어팟’ 선호…‘그램·톤프리’ 고객 뺏길라
LG전자가 가전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제품 판매를 추진 중인 가운데, 휴대폰 사업 철수 상황에서 두는 ‘신의 한 수’가 아닌 ‘악수(惡手)’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선 기기 생태계의 핵심인 스마트폰 점유율을 경쟁사에 내주면서 장기적으로 노트북·PC 등 경쟁 제품군에서 애플에 잠재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말 휴대폰 사업 철수와 함께 이르면 내달부터 전국 400여개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태블릿·스마트워치 등 무선 제품 판매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사실상 판매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독점을 견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빈 공간이 될 뻔 했던 기존 휴대폰 매대를 활용하고 영업사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효과도 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와의 협력 강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LG전자는 애플과 시장이 겹치는 노트북·PC 등은 매장에서 팔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향후 노트북·PC 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폰 판매로 인한 노트북·PC 점유율 ‘나비효과’
최근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전략을 수립할 때 무선이어폰·스마트워치 등 무선 기기뿐 아니라 노트북·PC와의 연동성까지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4월 사상 최초로 노트북 언팩(공개) 행사를 열고 행사명에 삼성 모바일 고유 브랜드 ‘갤럭시’를 붙이는 등 노트북 시장 전략에 과감한 변화를 줬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행사에서 “왜 노트북은 스마트폰처럼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휴대성과 연결성, 연속성, 이동 중에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성능, 생생한 디스플레이, 다른 기기들과의 완벽한 통합 등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언제나 갤럭시가 있었다”며 모바일 생태계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음을 강조했다.
애플은 일찍부터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북·아이맥·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 간의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강력한 연동성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PC 시장 마니아층과 함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신형 아이맥을 공개하면서 “아이맥으로 아이폰 최고의 기능을 크고 아름다운 화면에서 누릴 수 있다”며 “아이폰으로는 아이맥에서 하던 일들까지 걸어 다니며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트북 구매 시 ‘연동성’ 고려…맥북 ‘환승’ 어쩌나
이처럼 생태계의 의미가 강화됨에 따라 사용자들 역시 한 제조사 제품으로 여러 기기를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애플이 가져가면서 ‘LG 그램’이나 무선이어폰 ‘톤프리’ 잠재 고객까지 함께 빼앗길 수 있음을 뜻한다.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한 애플 운영체제(OS)를 떠올리면 더욱 예상되는 결과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 OS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애플은 자체 맥 OS를 사용하는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아이폰 연동성이 훨씬 뛰어나다.
노트북은 LG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제품군인 만큼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40.6%)이며 LG전자는 28.6%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3위로 밀려난 것처럼 노트북 시장에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며 “LG전자가 브랜드 전체 전략보다는 스마트폰 철수에 따른 매장 운영 방안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 제품 판매를 통해 젊은층의 가전 매장 유입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다른 기기들까지 애플에 잠식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