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 지수 10주 연속 최고치 경신…수요 증가·선복 부족 원인
주문 밀려도 배 없어 화물 못 실어…연말까지 비용 부담 늘어날 듯
정부, 해운사 등과 손잡고 기업 전용선복 배정 및 운임지원 총력
해운 운임이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수출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화물을 실을 공간 마저 부족해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정부와 기관들은 기업들의 물류애로 해소를 위해 해운사들과 협력해 화물 선적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해운 운임을 지원해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4054.4를 기록하며 10주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SCFI는 해상 운임을 가늠하는 지표로, 작년 11월부터 2000을 돌파하며 수직 상승하고 있다.
대부분의 운임이 상승한 가운데 미국 서안 운임은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5334달러로 3주 연속 올랐고, 동안 운임은 9655달러로 15주 연속 상승했다. 유럽 운임 역시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당 7023달러로 고공행진 중이다.
미주 운임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망이 이를 받춰주지 못하면서 폭등하고 있다. 실을 물건이 넘치는 데도 불구하고, 선박과 컨테이너박스는 부족하다 보니 선적 스케줄 지연과 선박 회전율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해상운임 상승 원인과 중소기업 물류비 절감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해운 운임 상승 원인으로 "늘어난 선복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공(空)컨테이너가 회수되지 못하면서 운임이 상승했다"면서 "2월 남부를 강타한 이상한파와 3월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 사건으로 전세계 해운물동량 정체는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북미와 유럽 지역의 3분기 성수기 시즌 진입으로 하반기에도 운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수요는 2억2000만TEU로 전년 2억380만TEU 보다 7.9% 늘어나는 반면 선복 공급은 전년 보다 4.2% 늘어나는 데 그친 247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가율을 놓고 비교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운임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만큼 한국 수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주문이 늘고 있지만, 화물을 실어나를 배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배를 구하더라도 이전 보다 몇 배나 높아진 뱃삯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 등은 "치솟은 운임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화주들은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으며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면서 "적어도 올해까지는 화주들이 높은 운임을 감당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 물량이 적어 대기업에 비해 선복을 확보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량이 많기 때문에 컨테이너를 채우기 용이한 반면 중소기업은 컨테이너 하나를 채우기 어려워 운임 상승과 선복 부족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또, 거래 물량이 많지 않아 장기계약 보다는 단기계약(스팟)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계약 조건상 비용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수출입 중소기업 51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의 26%는 물류운임 상승이 영업이익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1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 중 물류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8%, 수입액 중 물류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였다. 운임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협은 SM상선, 포스코, HMM, 고려해운 등과 협력해 수출 중소기업 전용 선복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HMM은 지난달 7일 정부에서 발표한 ‘수출입 물류 추가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미주향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월 4회로 증편했다.
이달에만 미국 서안(롱비치, 타코마, 밴쿠버, LA 등), 미국 동안(뉴욕, 서배너 등), 러시아(보스토치니) 등 총 7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국제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09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복은 선박 건조 기간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상승한 운임 인상분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등 중·단기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