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 "실망한 국민들 풀어드려야"
뜨거운 성원 받아도 모자랄 시점에 '호텔 술판' 직격탄에 상처
분위기 반전시킬 정도 성적 아니면 질타 더 거세질 듯
김경문 감독이 금메달을 목표로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김경문 감독은 17일 고척 스카이돔서 가진 대표팀 첫 공식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무겁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첫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최종엔트리에서 2명이나 불미스러운 일로 이탈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호텔 술판’ ‘원정숙소 무단이탈’ 파문을 일으켰고, 급기야 KBO는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프로 의식 결여와 국가대표로서의 자질과 자격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핵심 전력 박민우(NC 다이노스)-한현희(키움 히이로즈)는 파장에 책임을 지고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어두운 표정의 김 감독은 “대표팀 훈련 첫날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는데 위기에 놓여 있어 야구 선배로서 마음이 무겁다. 준비를 잘해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야구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김 감독은 “어제 모여서 선수들에게 짧게 얘기했다. 선수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분위기는 무겁지만 그래도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 국민들의 실망을 풀어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프로야구 정규시즌 전반기가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되면서 대표팀 선수들도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가 두 차례 있는데 부족하다. 1경기 더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전 감각 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실망한 국민들이 야구계에 보내는 따가운 시선이다.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받아들이며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선수들은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일탈을 저질렀다.
아직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어 향후 어떤 돌발 악재가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뜨거운 성원을 받아도 모자랄 시점에 실망한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대표팀에 큰 부담이다.
이탈한 한현희 대신 오승환을 발탁한 이유 중 하나다. 오승환은 올 시즌 37경기 평균자책점 2.52 27세이브(1위)로 녹슬지 않은 투구를 뽐내고 있고, 풍부한 국제경기 경험도 자랑한다. 기량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는 오승환에 대해 김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다. 큰 형이 와서 동생들을 잘 다독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이야 문제없지만 ‘좌완 영건’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을 박민우가 빠진 자리에 넣은 것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돌고 있다는 것도 해당 선수나 그를 선택한 코칭스태프에도 부담이다. 올 시즌 맹활약한 2루수 정은원, 불펜 강재민(이상 한화 이글스)의 대표팀 승선을 기대한 팬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에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 김진욱이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중간 계투로 이동한 뒤에는 투구 내용이 좋았다. ‘한국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말만 하지 않고,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김진욱 등 젊은 좌완을 육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김진욱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대표팀은 오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한다. 예선라운드에서 이스라엘(29일), 미국(31)과 격돌한 뒤 성적에 따라 승자전-패자부활전으로 나뉘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