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경쟁후보 세불리기에…"서둘러야" 재촉 목소리
崔 보수지지층 선점하면 '추가 지지율 하락' 우려도
尹 여전히 '조기 입당론' 거리두기…"정한대로 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시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15일 야권 최대 우량주로 꼽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세불리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머뭇거리는 사이 제1야당의 프리미엄을 업은 최 전 원장이 보수지지층 선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재형은 세불리기 들어가…"현역의원 확보 시급"
국민의힘 관계자 "입당 늦을수록 변수 많아 진다"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론'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야권 인사들 사이에선 "입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8월 입당도 늦다", "밖에서 초단위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등 입당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장외행보도 불명확한 메시지와 조직의 한계 등을 드러내며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의 '속전속결'과 대비되면서 야권 지지층의 피로감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윤 전 총장에게 집중됐던 야권의 스포트라이트도 최 전 원장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미 국민의힘 내에선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거나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하는 등 본격적인 최재형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역의원 확보 싸움에서 밀리면, 야권 단일후보 자리도 차지할 수 없다"면서 "윤 전 총장이 내일이라도 입당하면 윤석열계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순식간에 불어날 텐데 늦을수록 변수는 많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지지율인데…20%대까지 빠지며 '입당압력'
보수층서 하락세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나'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는 최대 요인은 지지율이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줄줄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선 넉 달 만에 20%대로 내려앉았고, 여당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밀린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2036명에게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27.8%로 직전 조사 보다 4.5%p 하락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내려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 합동조사(12∼14일 실시, 전국 18세 이상 1016명 대상)에선 20%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도지사(26%)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윤 전 총장은 보수지지층에서 38%로 1위를 지켜내긴 했지만 일주일 전보다 4%p 하락했고, 45%를 기록한 2주 전 조사에 비해 7%p나 빠졌다. 아직 보수지지층에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유불리 따지지 않고 정한길로 가겠다"
野 "지지율 10%대까지 빠지면 밖에서 못버텨"
윤 전 총장은 '내 페이스대로 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입당론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입당 문제와 관련해 "어떤 정치적인 손해나 유불리가 있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지율 하락세를 겪으며 입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당을 서두르진 않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라는 게 하락할 수도 있고 그런거 아니겠나"고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 외곽에 머물며 '11월 야권 최종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본인만의 브랜드를 내세운 정책발표 등을 통해 지지율 상승 바람을 일으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제3지대)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외곽에 머물다가 11월에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면한 변수는 최 전 원장이다. 최 전 원장이 '윤석열의 대안' 성격으로 부상한 만큼, 결국 윤 전 총장과 지지율 제로섬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두 사람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키운 공통분모를 안고 있는데다 '반문'기치를 내걸고 정치에 뛰어든 동선도 비슷하다. 지지층 역시 겹칠 수밖에 없다.
야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의 지지율 상승치 만큼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서 윤 전 총장의 행보도 갈리지 않겠나.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으면 더 이상 밖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