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해양플랜트 잇따른 수주…해양 개발 시장 회복세
해양플랜트 수요 늘며 VLCC 수주 기대감도 높아져
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에 조선업계의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채산성이 높아져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투자가 확대되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 증가로 이어진다. 때문에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이나 원유 증산을 알리는 계획 등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진단한다.
올해 들어 조선사 미인도 드릴십(시추설비)이 용선 계약에 성공했고, 해양플랜트와 VLCC 수주도 늘어나며 침체됐던 해양 개발 시장 회복이 본격화 되고 있다.
통상 ‘해상광구개발→생산·저장·하역→운반’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상 드릴십이 팔리면 원유를 생산·저장·하역까지 가능한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가 필요해지고, 생산된 원유를 운반하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도 필요해진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선가가 높은 덕에 한 척만 수주하더라도 조선사 실적에 큰 도움이 된다. 드릴십과 고정식·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등의 가격은 2~3조원에 달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주로 부유와 저장 기능을 하는 선체 등 구조물 일부를 건조하며, 이에 대한 금액만 약 8000억원~1조원 가량이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은 미인도 드릴십 1척에 대한 용선 계약에 성공하며 원유생산 프로세스의 물꼬를 텄다. 드릴십은 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해 고정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원유 및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박 형태의 시추 설비다. 2013년 수주하고 2019년 계약이 해지된 선박으로, 만들어 놓고 팔지 못해 ‘골칫덩이’로 여겨졌지만 매입 옵션이 포함된 용선계약에 성공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가상승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해양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드릴십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 동안 수주가 없던 해양플랜트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에만 각각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FPSO는 선박처럼 이동이 자유롭고 시추, 저장, 하역 기능을 함께 가진 부유식 복합생산 시스템이다. 원유를 채굴해 물과 가스 등 불순물을 선상에서 분리 처리한 뒤 생산된 원유를 저장하고, 이를 직접 셔틀탱커(shuttle tanker) 등 수송선에 하역하는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1월 미얀마 슈웨 가스 승압 플랫폼(5000억원)을, 5월에는 브라질 부지오스 FPSO(8500억원)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14일 약 7253억원 규모의 고정식 원유생산설비 (Fixed Platform)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달 1조1000억원 규모의FPSO 수주에 이은 두 번째 성과다. 한 해에 복수의 해양설비 수주에 성공한 것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또한 이들 설비를 통해 생산된 원유를 실어나르는 VLCC 수주도 올해 들어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세계 VLCC 발주량은 133만CGT(31척)로 전년 동기 56만CGT(13척)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중 27척(87%)을 한국이 따냈다.
VLCC 선가도 증가 추세다. 클락슨에 따르면 VLCC 선가는 1월 8800만달러에서 6월 9750만 달러로 10.8% 올랐다.
조선업계는 저유가와 저가수주로 그간 중단·지연됐던 해양 개발 프로젝트 발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들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달러를 웃돌고 있다. 해양플랜트의 손익분기점은 국제유가 평균 60달러선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해양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유가 상승으로 인해 과거 대비 해양 플랜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