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 아이 한 명 있으면 취업유지율 29.8%p↓
"유연근무제 도입 확대 및 고용 유연성 제고해야"
기혼 여성들은 결혼이후 고용률이 급락하고 결혼 당시 고용률을 회복하기까지 21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혼 여성들의 고용률 유지를 위해 고용 유연성 제고와 가족제도 순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13일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변화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노동패널의 지난 2009년~2019년 자료를 사용해 여성의 고용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결혼 연차 기준에 따른 기혼 남성의 경우 결혼 후 고용률이 소폭 증가 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과 함께 크게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는 등 대조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경우 결혼 당시 고용률은 약 68.1%였는데 결혼 1년차에는 고용률이 약 56.2%로 감소했으며 결혼 5년차에는 약 40.5%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결혼 6년차부터 고용률이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여성의 경우 결혼 당시의 고용률을 회복하기까지는 결혼 후 약 2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혼 여성(유배우자·25~64세 기준)의 고용률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며 지난 2009년 48.8%에서 2019년에는 57.6%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 간의 고용률 격차는 아직도 약 14% 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의 고용률은 지난 2009년 73.2%에서 2019년 71.6%로 엇비슷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지난 2019년 기준 기혼 남성(유배우자)의 고용률이 92.3%로 미혼 남성의 고용률 69.7%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여성의 경우와는 반대의 모습을 나타냈다.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의 고용률 격차는 고학력(초대졸 이상)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기준 고졸 이하 학력의 미혼 여성 고용률(약 59.9%)과 기혼 여성의 고용률(약 56.9%) 격차는 약 3.0% 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초대졸 이상 고학력의 경우 미혼 여성(약 74.4%)과 기혼 여성(약 58.4%)에 따른 고용률 격차는 약 15.9% 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기혼 여성의 결혼 이후 취업유지율(취업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분석한 결과, 출산이 경제활동 참여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다른 요인들이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직장 여성(결혼 당시 취업 여성)의 경우 자녀가 1명 있으면 취업유지율이 약 29.8%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녀(약 30.2% 포인트 감소)와 세 자녀(약 24.0% 포인트 감소)까지는 부정적 영향이 비슷해 추가 출산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자녀가 4명 있는 경우에는 직장 여성의 취업유지율이 약 38.4% 포인트까지 유의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취업 여성의 경우에도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취업확률을 감소시키는 주요한 요인은 역시 출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1명 있을 경우 취업확률이 약 7.2% 포인트, 두 자녀와 세 자녀가 있을 경우 취업확률이 각각 약 17.6% 포인트, 약 16.5% 포인트 감소해 자녀가 늘수록 취업확률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자녀가 있을 경우, 오히려 취업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당시 미취업 남성의 경우 자녀가 1명 있으면 취업확률은 오히려 약 24.2% 포인트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취업확률이 약 23.9% 포인트 증가해 자녀가 한 명만 있는 경우와 큰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부모와의 동거는 직장 여성의 취업유지율을 유의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와 동거를 하고 있을 경우 직장 여성의 취업유지율이 약 12.6%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님과의 동거는 여성이 가사나 육아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여성의 취업유지율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했다.
또 교육수준도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직장 여성의 경우 초대졸 이상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취업유지율이 5.8%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업 여성의 경우에도 초대졸 이상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취업확률이 약 5.8%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육아부담이 경제활동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확대하고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제도개혁을 통해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과 같은 근로시간 유연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위기시 일자리를 유지하고 고용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여성의 경우 육아나 출산 등을 위해 필요할 때는 시간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며 근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기혼 여성이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다시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기혼 여성의 재취업이 용이할 수 있도록 여성에 대한 직업교육 혹은 재취업 교육 등의 지원을 확대 및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측면에서 결혼과 가사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위해 교육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부터 관련 교육을 강화해 결혼의 중요성과 가정 내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역할에 대한 인식(가치관) 변화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은 “최근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등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세대간 공동거주를 통해 직장여성의 경우 육아 부담을 완화하고 세대간 가족부양으로 노인 빈곤율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