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격상 관련해 "짧고 굵게" 4번 강조
야당發 '기모란 방역기획관 책임론'에는 언급 안 해
靑 "상황 이렇게 됐다고 실패로 규정 동의할 수 없어"
"짧고 굵게"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12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짧고 굵게'라는 표현을 네 차례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또다시 국민들께 조금 더 참고 견뎌내자고 당부드리게 돼 대단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역 완화 지침으로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한 사과이지만, '방역 실패'에 대한 인정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거리두기 4단계 시행과 관련해 "봉쇄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강도의 조치로서 방역에 대한 긴장을 최고로 높여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방역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더 큰 피해와 손실을 막기 위한 비상 처방이다. '짧고 굵게' 끝낼 수만 있다면, 일상의 복귀를 앞당기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업 제한으로 손실을 입을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과 관련해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 뒤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짧고 굵게’ 끝내고, 백신 접종 확대로 연결시키면서 기필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고비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건 지난해 12월 7일 수석보좌관회의 이후 7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는 것과 관련해 "방역 조치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다시 단계를 격상함으로써 국민들께 더 큰 부담과 불편을 드리게 돼 매우 송구하고 무거운 마음"이라며 방역 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송구하다"고 사과한 건, 정부에서 백신 접종 인센티브 등 방역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가 최고 단계의 거리두기 지침 적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한 설득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 방역 상황이 '방역 실패'로 규정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가 방역에 실패한다면 또는 방역 때문에 국민들께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며 '가정법'을 구사했다.
야권에서는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문재인 정권의 무능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은 특히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인재(人災)'라며 방역을 전담하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MBN 방송에 출연해 "방역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방역 실패라고 그렇게 규정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또 그것은 우리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하게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