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시 전시장에 폭죽 추정 물질 배달
지난 2019년에도 우익 항의로 전시중단
일본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우익세력의 거센 반대를 뚫고 성사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결국 중단됐다. 전시장에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배달됐기 때문이다.
8일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가 열리는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 이날 오전 가로 12㎝, 세로 23㎝ 크기의 우편물이 배달됐다.
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직원이 개봉하려 하자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10여 차례 파열음을 냈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6일 개막해 엿새 동안 열릴 예정이던 전시회는 중단됐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야마모토 미하기 실행위원은 “시설 측과 경찰이 위험하다며 건물에서 일시 퇴거하라고 요청했고 현재 건물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라며 “오전 10시부터 전시장에 입장객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퇴거 요구로 인해) 오늘은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소녀상은 지난 2019년 8월 나고야에서 열린 대형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바 있다. 당시 우익의 거센 항의로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고, 2년 만에 다시 전시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누구 소행인지, 안전상 우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소녀상 등을 전시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인물이 행사 중단을 유도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수상한 물체를 보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우익 세력들은 전시 개막 전부터 전화와 팩스 등으로 조직적인 방해 활동을 벌여왔다. 전시가 시작하는 6일에는 전시장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전시 즉각 중단’을 주장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편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2011년 12월 14일 민간단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중심이 돼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로 확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