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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막으면 오른다"…9년 전 그때의 국토부가 맞았다


입력 2021.07.09 06:17 수정 2021.07.08 21:22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재정비 지연 시 중장기적 공급 위축 초래"

정권 바뀌자 현 국토부 재건축 규제 '앞장'

지난 2012년 국토부는 지금과 달리 재정비 사업을 지연시키면 공급 위축으로 시장이 불안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데일리안

"서울시내에 주택을 새로 지을 수 있는 그린벨트나 나대지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정비사업에 대한 주택공급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주택 공급 물량 가운데50% 정도가 재개발ㆍ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에서 나왔다."


지난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말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재개발 등 재정비 사업이 집값을 불안케 할 수 있다고 보고 임대 및 소형주택 공급 등 서민 주거복지대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국토부에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정권이 바뀌자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며 지금까지 재정비를 막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의 국토부가 아닌 이전의 국토부가 예상했던 대로 공급불안으로 인해 집값이 급등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월15일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은 과천 국토부청사에서 '국토부·수도권 지자체 주택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주택정책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국토부와 서울시는 주택 공급 방안을 두고 이견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재정비 사업을 축소하고 다가구·다세대 공급기준 완화 등 서민주거안정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토부는 재정비를 통한 공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토부는 서울시가 재정비를 막게 되면 중장기적인 공급 위축을 불러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협의회 직후 "갈수록 서울시내 주택공급은 재정비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지연시키면 중장기 공급 위축이 초래된다"며 "서울시의 정책이 주택 거래를 얼어붙게 하는 등 영향을 미치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당시 장관도 박 시장의 주택 정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 비판했다. 권도엽 전 장관은 "박 시장의 주택정책이 부동산시장을 너무 위축시키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재정비가 필요하다던 국토부도 정권이 바뀌자 2018년2월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재건축을 틀어막았다. 평가 항목 중 기존 20% 수준이었던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까지 높였고, 주거환경 가중치는 40%에서 15%로,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기준은 30%에서 25%로 낮췄다. 건물 구조에 결함이 있지 않으면 재건축을 허가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문제를 알고도 모른 척 한 결과는 뼈아팠다.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지며 몇 년 새 집값이 두배 가까이 뛰었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평당 1억원을 넘는 단지도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51평)는 지난 11일 51억원에 거래됐다. 공급면적으로 환산하면 3.3㎡ 당 1억원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10억1417만원을 기록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5월은 6억635만원으로 4억원 이상 높아졌다.


그럼에도 이번 국토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한 공급위축으로 인해 집값 상승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형욱 현 장관은 ”집값 안정 전까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없다“며 정비사업 위축과 집값 인상 간의 요인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앞선 실무자들과 달리 지금의 국토부 실무자라고 재정비를 막으면 집값이 불안해진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며 ”쉽진 않겠지만 관료라면 정권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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