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컵 요구하는 고객 많아…빨대 사용 습관화된 손님도 넘쳐
전문가 "정부 주도로 '플라스틱 제로'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야…비용 부담도 감수해야"
"다회용 컵 사용·회수가 어느 곳에서나 가능한 습관·문화로 정착돼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과 테이크 아웃 등이 늘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해 환경파괴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 후 회수하는 다회용 컵과 종이 빨대 사용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위생문제를 야기하는 등 대다수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서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현실적으로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특히 직장가에 있는 카페의 경우 배달 주문이나 테이크 아웃을 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고는 사실상 영업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B씨는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현재 매장용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위생 문제를 우려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국카페연합회 고장수 회장은 "다회용 컵 사용은 결국 음료 비용에 추가 비용이 드는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며 "생업에 관한 문제라서 작은 카페들은 다회용 컵 사용을 시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인 종이 빨대의 사용도 줄이기 위해 빨대가 필요 없는 뚜껑을 사용하고 있지만 빨대 사용이 습관화된 손님들은 빨대를 찾는다'며 "특히 스무디류의 음료는 빨대 사용이 불가피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자는 취지인 '플라스틱 제로'가 이슈화되기 전 등장한 '플라스틱 없는 카페'도 개업 당시 고객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마포구에서 '플라스틱 없는 카페'를 운영 중인 C씨는 2017년도에 카페를 개업했다. 개업 당시 '다회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음식을 구매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느데, 매장 오픈 초반에는 "유난 떤다"는 고객들이 많았다. C씨는 "그릇을 함께 판매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비용과 위생 문제로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 시도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플라스틱 제로'에 대해 C씨는 "지금이야 환경 보호 인식이 높아져 카페 운영이 원활하지만 여전히 일선 카페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며 "프랜차이즈 카페와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도해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주도적인 태도로 '플라스틱 제로'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김해동 교수는 "다회용 컵 사용으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환경파괴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라는 대안이 나왔지만 이또한 다른 쓰레기가 될 수 있다"며 "빨대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조민정 활동가는 "정부가 앞장서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고 사용 후 어느 매장에서나 반납할 수 있도록 전국적인 매장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음료를 판매할 때 다회용 컵 사용을 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는 반납이 습관화되고 있다. 다회용 컵 사용·회수가 동네의 움직임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페에서 다회용 컵 사용을 꺼리는 것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외식은 한다"며 "음식점에서의 그릇 사용과 똑같은 시선으로 보고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