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장‧부지 이어 본사 건물도 유동화 검토
매각대금은 온라인 배송 거점 투자 및 플랫폼 인수 합병 등에 활용
유형자산인 ‘부동산’에서 무형자산인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
유통산업 기반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의 자금 전략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매각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역량 강화를 위해 부동산을 든든한 자금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사업을 아예 접는 것은 아니다. 매각 후 재임대 또는 재입점 등의 방법으로 주요 상권은 유지하면서 유동성은 확대하는 1석2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서울 성수동 본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9년부터 전국 이마트 매장을 대상으로 자산유동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2019년 10여개 매장을 매각해 약 1조원을 조달한 데 이어 작년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지(약 8200억원), 올해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약 6800억원)를 판매해 자금을 확보했다.
이마트(SSG닷컴 포함)는 올 들어 굵직한 인수합병에 단골 주자로 나선바 있다. 올 1월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를 시작으로 4월 패션 플랫폼 W컨셉, 6월 이베이코리아까지 상반기를 바쁘게 마감했다. 이베이코리아에만 3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가는 등 비용 부담도 상당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인수합병 배경에는 부동산 자산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19년부터 전국 이마트 매장을 대상으로 자산유동화 작업을 추진한 만큼 주요 매물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는 의미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매장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삼아 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는 2019년 롯데리츠를 설립해 롯데쇼핑 내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자산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리츠는 올 3월 유상증자 이후 투자 자산이 롯데마트, 백화점, 아울렛 등 14개 점포로 늘었다. 투자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리츠를 통한 자금 조달과 동시에 폐점과 매각을 통한 작업도 병행했다. 작년 롯데마트 구로점에 이어 올해는 빅마켓 도봉점을 매각했다.
홈플러스는 2019년 5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리츠 사업을 추진하다 철회한 뒤 매각과 매각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을 통한 자금 조달로 방향을 바꿨다.
작년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등 4개 점포에 이어 올 들어서는 가야점을 추가로 매각했다. 울산점, 시화점 등은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부동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이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를 통해 조달한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활용해 전국 매장에 풀필먼트를 구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점포를 근거리 배송 거점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3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재개했다.
이와 함께 기존 오프라인 마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던 창고형 할인점 전환 출점도 재개했다. 연내 전국 10개 점포를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증가하는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의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기존 매장 후방에 자동화설비를 추가해 효율을 높인 세미다크 스토어가 그 주인공이다. 올 연말까지 29개 세미다크스토어를 확보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기존 대비 5배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에 기반을 둔 이커머스 업체에 비해 대형마트는 기존 매장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자산이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이나 투자여력이 충분한 편”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의 배송 거점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사업 역량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휴업일과 주말에도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에도 아직 기회가 있다”면서 “기존 매장에 대한 설비 투자는 물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 작업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