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핫딜예금' 판매 중단 결정
수신잔액 6개월 새 201% 폭증
"예대율 관리 위해 예·적금 줄여"
케이뱅크가 예·적금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금리를 내리는 등 수신잔액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 이후 낮아진 예대율을 금융당국 규제선 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대출영업을 재개한지 얼마 안 된 케이뱅크가 여신잔액을 빠르게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신잔액 규모를 줄여 선제적인 예대율 대비에 나서는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20일부터 '핫딜예금'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다. 이 예금은 케이뱅크가 KB손해보험과 제휴해서 내놓은 상품이다. 이 상품은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에서 KB손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신규 가입하는 등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했다.
케이뱅크가 예·적금 상품을 축소하는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플러스박스 적용금리를 기존 0.60%에서 0.50%로 0.10%p 인하했다. 아울러 듀얼K 입출금통장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도 기존 0.50%에서 0.40%로 0.10%p 낮췄다.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도 0.10%p씩 떨어뜨렸다.
케이뱅크가 예·적금 상품 축소에 나서는 이유는 예대율 관리를 위해서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 잔액 대비 대출 규모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대율이 낮으면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보다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이 많다는 의미다.
케이뱅크의 수신잔액은 지난해 말 3조7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닥치면서 3개월 만에 8조7200억원으로 132.5%(4조9700억원) 늘어났다. 케이뱅크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으면서 코인 거래를 위한 고객이 대거 쏠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열풍이 지속되면서 케이뱅크의 올 2분기 말 기준 수신잔액은 11조2900억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반년 만에 201.1%(7조5400억원) 폭증한 셈이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여신잔액 증가폭은 수신액에 미치지 못했다. 한때 대주주의 자본 납입이 미뤄져 영업이 1년 가까이 정지되면서 지난해 7월까지 대출 상품을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케이뱅크의 여신잔액은 지난해 말 2조99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대출 영업을 재개하면서 여신잔액을 1분기 말 기준 3조8300억원으로, 2분기 말에는 5조900억원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수신잔액 증가폭을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수신과 여신 잔액 증가폭이 불균형하게 나타나자 케뱅의 예대율은 지난해 말 80%에서 올 상반기 45%까지 급락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을 100% 수준으로 관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만약 예대율이 100%를 하회하면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이에 올해 안으로 중금리대출과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 등을 통해 여신잔액을 늘리고 예·적금 상품 다이어트를 통해 수신을 제한해 예대율을 잡아내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지난해까지 대출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유입된 대규모 수신자금의 영향으로 예대율 규제 맞추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부터 서서히 대출고객을 모셔오고 고객 호응이 적은 예·적금 상품을 정리하면서 여·수신 잔액 비율을 조절해 나가지 않으면 당국으로부터 강한 규제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