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유통 과정만 추적…병·의원 내 처방 및 투여 상황 알기 힘들어
전문가 "병원 오·남용은 의사 판단 통해 이뤄져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워"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분류하고 불법 투약을 규제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면마취제라는 본래 의료목적 외로 사용되는 프로포폴 오·남용 및 불법 투약이 음지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특히 병원이 아직도 그 온상의 근원지로 자리잡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18년 5~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프로포폴 투여 횟수는 166만3252건이 보고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에 보고된 투약횟수는 이보다 58만여건 적었다.
보험료 청구를 위해 합법적으로 사용한 프로포폴이 보고되는 DUR 보다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더 많은 프로포폴 투약횟수가 나온 것은,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프로포폴의 투약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마약류 취급보고 제도' 시행에 따라 프로포폴의 제조‧수입부터 유통‧판매 및 투약까지 모든 취급 내역은 식약처에 보고된다. 식약처에서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해 도매상의 판매 내역과 병·의원의 구매 내역이 일치하지 않는 등 불법 행위가 의심되면 즉시 현장 점검을 하고, 필요 시 경찰청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다.
경찰청 형사과 관계자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보통 병원을 통해서 이뤄지는 편"이라며 "환자들이 프로포폴 투약을 위해 상습적으로 병원을 찾거나 의사가 프로포폴 과잉 처방을 해주거나 어떤 환자에게 덜 맞춰 남은 프로포폴을 다른 사람에게 투약하는 등 다양한 불법 투약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유통 과정에서의 도매업자 프로포폴 판매와 병·의원의 구매 건수 일치 여부는 관리가 가능하다. 다만 이 시스템만으로는 병·의원 내에서 처방 및 투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
식약처 마약류안전관리 심의위원 박진실 변호사는 "프로포폴 유통 내역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지만 병·의원 내에서 발생하는 오·남용 및 불법 투약은 의사들의 판단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일일이 추적하기 어렵다"며 "병원 내부에서 의사나 직원들이 용량을 조작하거나 빼내는 경우도 같은 이유로 관리가 힘들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어 "프로포폴 처방 전 의사가 환자의 앞선 프로포폴 투약 기록을 확인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순간의 진료에 급급하다 보니 확인하지 않고 투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