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인데 전셋값이 10억원 vs 5억2000만원, 5억여원 차이
거래량 줄면 가격도 내린다는데…거래 됐다하면 '신고가' 갱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중 전셋값', '거래량 급감 속 신고가 속출' 등 기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현상들로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면이란 지적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잠실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3일 10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불과 2주전인 5월21일에는 7억1400만원에 거래되며 현격한 가격 차이를 보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는 지난달 28일 전세 1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에는 동일 면적이 전세 5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4억8000만원 차이다.
강남권에 집중된 현상은 아니다. 서울 전역에서 이중가격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9일 9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일주일 후인 26일에는 6억72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처럼 거래가격이 들쭉날쭉해진 원인은 시세로 체결된 전세 거래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재계약된 거래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2년 전에는 전세값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기도 전에 급작스럽게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이중가격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같은 단지에서 이렇게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매시장에서도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이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 나는 급감 속에서도 거래가 됐다하면 신고가거나 이에 근접한 가격에 계약이 이뤄진다. 삼성동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 전용 103.32㎡는 이달 16일 35억원에,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2단지 전용 84.99㎡는 지난달 29일 3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는 이달 19일 39억8000만원(10층)에 거래됐는데, 지난 4월 이전 최고가(38억5000만원)에 비해 두 달 만에 1억3000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평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1706만원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거래량과 가격은 비례한다. 거래량 증가는 집값 상승 신호로, 감소는 하락 신호로 인식된다. 즉 동조 현상을 보인다는 얘기다. 거래가 줄어들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부르게 돼 점차 집값이 내려가는 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올백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이전에는 거래량이 매매가의 선행지표로도 활용됐었는데, 지금은 해당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거래량이 줄어든 원인이 수요가 줄었다기 보다는 정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며 " 매도자 우위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현상들이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기현상들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며 "모두 임대차법 등 현 정부가 운영한 정책들에 의한 것으로,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이어 "정책의 유턴 없이는 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