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10조 회복…코인 구조조정 전 대비 2배↑
상폐 앞둔 종목에 투기 몰려…이미지 훼손 불가피
거래량 증가에 수수료 수익↑…당초 예상과 상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잡코인 정리에 나선 이후 전체 거래대금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명계좌 인증을 위한 명분은 물론 수수료 수익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다만 대부분의 수수료가 상장폐지 직전 단기 수익을 노린 투기세력에 의한 ‘상폐빔’에서 비롯된 만큼 도덕적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30분 기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거래소의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10조3519억원으로 이들이 잡코인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난 16일(5조4319억원) 대비 90.6% 증가했다. 2주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당초 알트코인 거래가 주를 이뤘던 한국 시장 특성상 잡코인 정리 이후에는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도 거래소들이 상장폐지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코인이 정리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5월 상승장 대비 거래대금이 반토막난 바 있다.
이처럼 불량코인 정리에도 거래대금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노리고 상장폐지 직전인 코인에 투기세력이 몰렸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를 앞둔 코인을 대량으로 갖고 있다가 비싼 가격에 풀어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높인 것이다.
실제 오는 3일 상장폐지 예정인 아인스타이늄(EMC2)의 경우 거래대금이 29일 한때 1조9000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4월 4억~5억원대를 유지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천지개벽 수준의 상승폭이다.
반면 대장주 비트코인은 거래소들이 잡코인 정리에 나선 직후인 16일(43조8523억원)과 29일(42조8203억원)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거래대금이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수익을 주력으로 삼는 거래소들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세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수록 거래소가 취할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금액의 0.04∼0.25%를 수수료로 받는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마로 ▲페이코인 ▲옵저버 ▲솔브케어 ▲퀴즈톡을 통해 22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긴 바 있다. 해당 코인들은 지난 18일 원화시장에서 거래가 종료됐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같은 거래대금 증가가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차익을 내기 위해 수요가 몰렸던 만큼 상장폐지 이후에는 정상화 내지는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악화 될 수 있는 만큼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앞둔 코인에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어지면서 거래소들이 벌어들인 수수료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시장이 알트코인 거래 위주로 이뤄졌던 점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거래소들에게 큰 이익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명분과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폐빔과 같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관련 제도 마련과 투명성 확보를 통해 건전한 거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