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경련 창립 60주년 ‘모범회사법’ 설명회
투명성 확보에 매몰된 상법…“효율성 제고 해야”
정부·국회 신중한 논의 필요…“기업 목소리 반영”
한국의 상법 내 회사법 체계가 세계 표준과는 거리가 있어 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동안 제출된 법안들이 투명성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 도입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30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창립 60주년 ‘모범회사법’ 세미나에서 “한국 회사법이 세계 표준에 점차 벗어나 갈라파고스화 됐다”며 “지금까지의 상법은 기업하기 좋은 제도 조성에 소홀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총회 결의방식인 보통결의나 특별결의가 상법 제정시기인 196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경련 모범회사법이 기업에 보다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인수 선택권(포이즌필)과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이 거론됐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교수는 “회사가 주주나 제 3자에게 포이즌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된다”며 “차등의결권과 같은 타양한 종류의 주식 발행을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회사법과 대부분의 주 회사법에서 복수의결주식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다양한 종류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보다 과감하고 기업의 이익을 증대할 수 있도록 경영자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과 독일처럼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례로 인정하고 이사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최병규 건국대학교 교수는 “이사가 의사결정과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서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업무 수행을 한 경우 회사 및 제 3자에 대한 책임을 면제 하도록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법개정 화두였던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수 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도입했지만 오히려 외국 투기 자본에 취약해지는 등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강영기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이 투기자본들에 악용될 소지가 큰 만큼 이를 일본의 다중대표소송 수준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100% 완전 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식 1%를 6개월 이상 보유하는 것으로 강화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다중대표소송은 지분 50% 이상 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주(비상장 1%, 상장 0.5%, 주식 6개월 보유)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끝으로 세미나 참석자들은 모범회사법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 확보에 매몰된 현재의 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정안 마련에 나서야 된다고 봤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교수는 “국회와 정부가 심각한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수결로 통과 됐으니 따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모범회사법이 반응을 일으키고 법안에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회사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다”며 “다만 효율성과 투명성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의 상법 개정은 회사운영의 투명성 확보에는 상당한 기여를 했으나, 회사운영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며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회사법 제정을 통해, 쿠팡의 해외증시 상장과 같은 ‘자본 누수’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