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발의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법안 논의가 좌초될 위기다.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자는 차원인데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한 중재안이 급부상하면서 디폴트옵션 심사 자체가 보류되서다. 문제는 법안 통과를 놓고 대선을 앞둔 여야간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금투업계는 전날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국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올 하반기로 법안 통과 결정이 미뤄지게됐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는 전날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해 논의했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의견을 다시 들어보자며 결정을 보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 내년 대선정국과 맞물려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통과에 대해선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다. 법안 통과를 하는데 있어서 크게 방해가될만 요소가 많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난해 동학개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진 것을 시작으로 주식시장에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자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겨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는 기존 퇴직연금 의 대다수 고객을 확보하던 은행과 보험업권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총 53조508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1조8500억원(3.57%)이 증가했다. 개인형IRP 시장도 증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반면 은행과 보험업권에서는 기존 퇴직연금 고객들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권에서는 디폴트옵션에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야당 측 의원도 디폴트옵션 대상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힘을 보탰다. 디폴트 옵션에 실적 배당형과 기존의 원리금 보장형을 모두 포함시켜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금투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이 포함되면 도입 의미가 퇴색된다고 주장한다. 기존 1~2%에 머물러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디폴트옵션 제도를 시행하자는 건데 원리금보장상품을 넣는 것 자체가 의도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 운용 대상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조속한 통과가 이뤄져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에 금투업계에서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소비자"라며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은 뒷전이고 여야간 대치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