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라는 것에 반대한다” 발언 논란
심상정 등 “20년 전 인터뷰인 줄” 비판
추미애 “페미 극단화 경계한 것” 반박
판사시절 반추하며 “반페미로 몰지말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미라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같은 진보진영인 정의당에서는 “페미니즘을 곡해하고 있다”며 비판이 이어졌지만, 추 전 장관은 오히려 “페미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
논란이 된 발언은 28일 친여 유튜브 채널 ‘시사타피TV’ 방송에서 나왔다. 진행자가 “이준석 대표가 반페미니즘 정서를 형성해 2030 남성의 표를 모은 측면이 많다”면서도 “정의당류의 극단적 페미니즘도 잘못인 것 같다”며 성평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추 전 장관은 “판사가 됐을 때 여자 판사가 손가락 안에 꼽았다. 여기서 여자라고 꾀를 부리거나 핑계를 대거나 하면 여자 판사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 같아 잘해야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내가 여성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개척해 나가야지만 여성도 남자와 똑같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나는) 기회의 공정을 원했지 특혜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페미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능력주의’ 관점에서 이른바 ‘페미 현상’을 비판한 것과 상당히 비슷한 취지여서 주목된다. 그간 더불어민주당 인사 다수와 진보진영에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여성에게 투사한 백래시(backlash)라고 비판해왔던 주장이기도 하다.
당장 정의당에서 날 선 반응이 나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실패 책임이 있는 인사가 ‘페미에 반대한다’는 포퓰리즘 발언을 내뱉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며 “페미 반대 발언이 얼마나 표를 끌어모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페미니즘은 여성을 꽃처럼 대접하라는 사상이 아니라 여성을 사람으로 대접하라는 사상”이라며 “기회 공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이지 특혜를 달라는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년 전 인터뷰 기사인 줄 알았다”며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삶이 곧 페미니즘이고, 모든 성차별에 반대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부단한 노력은 여성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으며 여성판사와 여성 정치인, 워킹맘으로 살아온 세월이니 저에게 (반페미니스트) 뒤집어씌우기나 왜곡은 통하지 않는다”며 “내가 문제 삼은 건 남성 배제적 ‘페미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것이고 독선적이고 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 현상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각의 우려스러운 ‘배타적(exclusive) 페미현상’은 함께 연대하여 성평등을 실현할 사람들조차도 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독점화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여성들 안에서도 페미니즘을 두고 세대와 교육의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