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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⑨] 한국영화 실종?…1760만 관객 ‘명량’을 돌아보다


입력 2021.06.27 11:30 수정 2021.06.28 08:4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이순신 '영웅화' 보다는 '그날의 승리'를 기억한 영화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그러나 이미 해군의 상황은 사실상 궤멸에 가까웠다. 도원수 권율은 이순신에게 육군에 합류하라고 지시한다. 전의를 상실한 부하들 역시 이순신에게 이를 따르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순신은 전투를 결심하고 이 과정에서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에 탄다. 남은 배는 12척 뿐. 이순신은 330척의 왜군의 배와 맞선다. (줄거리)


유명준 : 이번에 영화 ‘명량’을 이야기하게 된 이유가?


류지윤 : 코로나19로 한국 영화를 많이 못 본 것에 대한 갈증과 한국 영화 최고 스코어다보니 올해 나올 한국영화들의 흥행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홍종선 : 요즘 흥행영화는 온통 외화라 아쉬운 게 사실. 한국영화와 골고루 흥행해도 좋겠는데. 코로나19로 극장을 아무도 오지 않는 게 아니라, 200만 넘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게 일본 애니메이션이거나 할리우드 영화인 거죠.


유명준 : 지금 만약 ‘명량’이 다시 개봉한다면? 사실 개봉 당시 ‘천만 관객’ 넘을 때도 과연 그만한 영화인가라는 말이 있었죠.


홍종선 : 본다! 시원한 승리, 국난 극복의 의지. 여러모로 잘 맞는다 싶은 영화. 개인적으로 개봉 당시에도 ‘명량’이 ‘아바타’를 이겨줘서 너무 좋았어요. 국내 박스오피스 1위는 한국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배우가 직접 나오는 실사영화가 1위이기를 바란 마음도 있었어요. 통쾌한 역대 1위였어요.


류지윤 : 스코어는 역대 최고는 기록하지 못하겠지만, 흥행은 할 거 같아요. ‘명량’이나 ‘봉오동 전투’ ‘안시성’ 이런 승리의 역사를 다룰 때 ‘국뽕’이란 말이 따라붙어서 의견이 분분한 거 같아요.


유명준 : 돌아보면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어느 정도 흥행을 한 거 같아요. 영화 ‘천군’ 빼고요.


홍종선 : ‘명량’은 이순신을 영웅으로 만들기보다, 당시 우리의 정세와 통치가 정말 얼마나 백성과 멀리 있었는지, 그 와중에 이미 버렸던 카드 이순신을 다시 기용하고, 말도 안 되는 승리를 이끌어 나라를 구한… 이런 역사적 측면을 풀어낸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민식 배우가 너무 잘했지만, 이순신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승리’를 기억하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유명준 : 그렇죠. ‘명량’이 이순신이 중심이긴 한데, 세세하게 보면 당시 싸웠던 군인이나 민초들에게 무게를 많이 줬됴. 만약 이순신만 중심에 두었다면 저 정도까지는 흥행을 안했을 것 같아요.


홍종선 : 맞아요. 그래서 한 많은 여인 역이 이정현 배우도 기억에 남고요. 그때 보면서 ‘와 진짜 이 배우는 가수임을 잊게 하는, 또 뭔가 사람의 마음에서 눈물을 길어 올리는 데에는 탁월하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치마 흔드는 장면 봐봐.


류지윤 : 맞아요. 저도 그 점이 좋았어요.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역사에 이름은 못 남겼지만 함께 싸우고 흐뭇해하는 민초들의 장면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어요. 거기에 관객들이 몰입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홍종선 : 맞아요. 이순신의 승리가 아니라, 위정자들이 버렸던 백성의 승리. 저 조정에서 멀고도 먼, 바다에서 이겨버렸어. 반도에는 발도 붙이기 전에.


유명준 : 그래서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순신의 무게가 조금은 덜해진 느낌이에요. 군인들이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이나, 백성들이 배를 끌어올리는 모습, 그리고 이정현이나 진구의 모습도. 골고루 나눠지는 장면들이 늘어났죠. 그래서 오히려 전 작은 역할에도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에 비해서 류승룡은 너무 아쉬웠고요. 그 당시 기사에도 쓴 거 같은데, 류승룡은 ‘이순신’만 외치다 끝난 느낌.


류지윤 : 류승룡 배우가 생각보다 조금 일찍 퇴장하긴 했죠.


홍종선 : 류승룡 얘기 하니까, 보태자면 류승룡은 ‘명량’에서나 ‘킹덤’에서나 악한 역을 하면 악해만 보여요. 왜 더 욕심을 안 내는지, 자신이 욕심내면 주인공을 잡아먹을까봐? 그러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감독 등 촬영현장에서는 순한 양인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


유명준 : 하지만 ‘명량’에서는 더 욕심내도 될 듯 싶었죠. 상대가 최민식이니.


홍종선 : 그렇죠. 다 받아주지. 우리 최민식 배우야! 왜군 중에서는 와키자카 연기한 조진웅이 인상에 진하게 남았어요. 류승룡이 연기한 구루지마보다 와키자카가 진정 왜군스러웠는데. 물론 류승룡이 맡은 역 자체가 용병이니까, 정군이 아니니까 그런 면도 있지만. 용병이면 더 무서워야 하는데 덜 무서웠고. 와키자카는 정말 딱 일본인스럽게 자기 일을 너무 성실히 열심히 해내니까, 명량해전의 결과를 아는데도 위협적이었다고 할까. 막 조선을 이겨버릴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순신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차 한 잔 같이 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기 일이기에 완전히 이겨버리려는 태도, 지난번에 이순신에게 졌으니 이번에는 이기겠다는 결의, 이런 복합적 감정을 조진웅이 잘 연기했다고 봐요. 일본어 연기를 진짜 잘했다 싶었더니, 일본에 있는 사람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서, 그 분이 일본의 사극전문 배우를 섭외해서 와키자카 대사를 읽게 해서 그걸 듣고 들으며 일본어 연기를 준비했다는 거예요. 와, 이런 노력이 알게 모르게 전달돼서 와키자카가 크게 와 닿았구나 싶었죠. 앞머리도 없고, 당시 통통해서 왜구 모자의 끈도 잘 어울렸고요.


류지윤 : 비주얼은 정말 왜구스럽긴 했어요. 유 선배는 조진웅 연기를 어떻게 보셨는데요? 어쩐지 반대 의견이 나올 거 같은데요.


유명준 : 반대라기보다는 조진웅 연기가 다소 과하게 느껴지긴 했죠. 류승룡을 대하는 모습이나 해전에서 드러내는 모습이 너무 감정 과잉 느낌이 들었죠.


홍종선 : 그가 과해야 우리의 승리가 더 커 보이니까, 그렇게 해줘야지, ㅋ.


유명준 : 진짜 류승룡과 조진웅이 서로 마주 앉아 ‘이순신’만 외쳐도 웃길 듯 싶기도 하고.


홍종선 : 그런데 정말 이게 역사니까 믿지, 그냥 허구의 시나리오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12척으로 어떻게 330척을 이겨. 보통 주먹 자랑할 때 18대1로 싸웠다고 하는데, 이것은 27.5대1이라고요.


유명준 : 배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이름의 문제였던 거 같아요. 그 당시 살던 사람들이 아니니 추측하건데,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확실히 왜군에게는 위축의 대상이었으니까요. 싸워보기도 전에 기세에 눌린 거죠. 사실 330척이라고 하지만, 전체를 이긴 게 아니고 결국 중간에 기세에 밀려 후퇴를 하니까요. “이순신은 뭔가 있다”라는 인식. 그나마 구루지마가 그걸 몰라서 덤비다가 깨졌는데, 이게 전체 왜군에 영향을 미친 거죠.


홍종선 : 내가 누구랑 싸워야 하는데 상대가 토르래, 이런 느낌? 신의 아들에 우주최강 망치도 있어. 하긴 구루지마 같은 해적 용병도 가서 다 깨져버렸으니, 일본도 정군에는 징병 당한 백성도 있을 터이니 무섭겠다.


류지윤 : 그래서 더 감동으로 오는 것 같아요. 이번에 넷플릭스로 다시 보면서 느낀 게 우리는 극장에서 한글 자막 없이 봤잖아요. 그런데 어려운 대사나 잘 안 들렸던 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까 더 보기 수월하고 좋더라고요.


홍종선 : 맞아요. 자막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유명준 :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요?


류지윤 : 전 아까 말했던 대사들이 안 들린 것들이 많아서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로 보상 받았어요.


유명준 : 그 부분은 개봉 때도 이야기 나왔는데, 과연 전투 중에 하는 대화들이 제대로 전달될까라는 현실적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지.


류지윤 : 그 점은 진구가 죽어가며 ‘임자 뭐라도 해봐’하는데, 뭐라도 하는 이정현. 거리가 저렇게 먼데. 이건 다시 봐도 정말. 하지만 영화니까.


홍종선 : 개인적으로 최민식 배우가 기골이 장대한 이순신에 맞을까라는 생각을. 보기 전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눈매나 풍채가 송강호가 낫지 않나 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최민식은 최민식이구나’ 했어요. 그 성성한 백발의 카리스마가 있더라고요.


유명준 : 송강호. 이순신이 쓰러졌다고 일어서는 장면의 배우가 송강호라고 생각하면 뭔가 웃음이. 전 위에서도 말했듯이 류승룡의 비중이 여전히 아쉽죠. 류승룡에게도 아쉽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빌런다운 빌런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죠. 조진웅과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기대했는데, 점점 뭔가 존재감이 없어지는 듯해서요.


류지윤 : 아 빌런! 그러고 보니 저는 하루 역의 노민우도 뭔가 더 활용할 수 있었을 것 같단 아쉬움이 조금 들었어요. 등장부터 위압감은 아니지만 긴장감은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홍종선 : 맞아. 노민우. 전반적으로 빌런이 약하죠. 그러나 이순신을 대적할 빌런이란 상상불가.


유명준 : 배설 장군.


홍종선 : 배설은 내부의 적이고 우리의 아픔인데, 너무 연기 잘해서 욕먹고. 종중 화나고 역사왜곡 아니냐 시끄러웠죠. 우리 연기파 김원해 배우가 무슨 죄.


류지윤 :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더 욕먹고.


유명준 : 그때 경주배씨 집안에서 김한민 감독 명예훼손죄로 고소장까지 제출을. 암튼 빌런을 굳이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죠. 류 기자 말대로 차라리 노민우를 더 살렸다면 의외의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홍종선 : 저는 사실 영화에 대한 아쉬움보다 쾌감, 뿌듯함이 컸어요. 지금 ‘한산 : 용의 출현’을 못 보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김한민 감독의 2탄. 좋아하는 박해일도 나오고. 어서 나와라, 한국영화의 활약을 다시 보여다오!


<‘명량’은>


홍종선 : 잘 만든 영화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영원히 영웅이듯이.


류지윤 :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명량', 한국 역대 흥행 스코어 1위라는 기록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


유명준 : 코로나19 속 존재감 없는 한국영화?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가 있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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