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및 소비호조 영향 더 높아
위험자산 선호 심리↑, 성장주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로 한국은행이 사실상 연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 이벤트는 주식시장엔 악재로 인식이 된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한은의 금리인상 시그널에도 오히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 랠리를 펼쳤다. 이는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첫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그널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이때 시장금리는 급등했고, 코스피는 10% 넘게 급락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 시그널에도 시장은 잠잠했다. 과거의 학습효과가 작용했고 금리인상 이슈가 더이상 증시에 악재로 나타나는 이벤트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증시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코스피는 장초반 3300선을 돌파하며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날 종가기준 사상 처음으로 3280선을 돌파한데 이어 사상 최고점인 3300선도 훌쩍 넘어섰다. 이날 기관이 6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크지 않지만 코스피는 사상 최고 랠리를 보이며 최근 파죽지세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이벤트보다 국내 기업의 수출 호조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과거 금리인상시 코스피 하락...경기 상황이 변수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과거와 다르게 금리인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데 주목하고 있다. 금리인상 이슈 보다 국내 기업의 수출 지표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2011년 1월에 금리는 2.5%에서 2.75%로 올랐는데 한 달 만에 주가가 떨어지고 외국인은 매도세를 보였다. 2018년 기준금리 인상 당시에도 2500선에서 2000선까지 주저앉았다.
2013년 당시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첫 시그널 이후에도 시장에 미친 충격은 컸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의회 연설에서 직접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때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으로 시장 금리는 급등했고,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스탠다드 앤드푸어스 500(S&P500)과 코스피는 고점 대비 각각 5%, 10%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금리인상 이슈가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시장에 미리 시그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후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점차 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스피 상승랠리...'수출·소비 호조' 영향
내달 1일 한국의 6월 수출 발표가 예정돼있는데 전월대비 45.6%가 증가하고, 전년동기대비 컨센서스 보다 48.5%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선진국 경기회복에 힘입은 한국기업들의 수출 호조는 기업이익 전망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강화하는 요인으로도 부각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 호조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따른 소비 호조 등으로 코스피는 이번주 335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 11.9~12배 수준을 유지하며 이익전망 상향분만큼 완만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수출 강세로 기업들 실적 전망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의 시장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주가 흐름이 과거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금리인상 논의가 진행됐던 시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맥락에 힘을 싣고 있다.
안소은 연구원은 "과거에도 통화정책 긴축 전환에 임박해서 경기모멘텀과 기대 인플레이션은 약해졌고, 주가는 완만하게 상승세를 유지했다"며 "이때도 성장주가 상대우위를 보이는 등 현재 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경기민감 업종과 가치주가 주식시장을 주도했다면 하반기에는 성장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주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