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임대차3법·이주수요 등 전세매물 '품귀'
향후 가격상승 부담 회피…실수요자 매수세 당분간 지속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지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전세난이 더 심해질 거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을 중심으로 갭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의 전세매물은 2만562건으로 한 달 전보다 3.4% 줄었다. 올 1분기 말(3월31일)과 비교하면 2만3616건에서 12.93% 감소한 수준이다.
서울의 신규 입주물량이 크게 줄면서 전세매물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달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며 임대차3법이 본격화됐고, 각종 규제 및 세제 강화로 반전세·월세의 가속화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재건축 이주수요가 맞물리면서 서울의 전세매물 수급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면서 품귀현상에 따른 전셋값은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0.09% 상승했다.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104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서울 외곽지역, 수도권 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갭투자로 매매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셈이다.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전세를 낀 아파트 매매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경기 평택시로 집계됐다. 아실 집계 결과 25일 현재까지 평택에서는 307건의 갭투자가 이뤄졌다. 전체 3449건의 매매거래 가운데 8.9%를 차지한다.
이어 ▲경북 구미(271건) ▲경남 김해(200건) ▲충남 아산(193건) ▲충북 청주 서원구(184건) 등 지역이 뒤를 이었다. 거래 단지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가 주를 이룬다. 해당 주택은 기존 보유 주택이 있더라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고 기본 취득세율 1.1%만 부과된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서도 이 같은 소액 갭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경기 시흥 주공1단지 전용 59㎡의 매매가격은 지난 4월 기준 1억9900만원인데 반해, 전셋값은 1억9500만원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400만원에 불과하다.
인천 부평구 산곡현대5차 전용 84㎡는 올 4월 2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한 달 뒤인 5월, 같은 평형대는 2억4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10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갭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국적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요인으로 작용하기에는 제한적이란 견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당분간 더 오를 거라는 의견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당장 입주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돈에 맞춰서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세를 끼더라도 현재 시세로 주택을 매입하면 추후 발생하는 가격상승 위험은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갭투자 중에는 대출 규제로 집을 구매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라며 "갭에 해당하는 자금을 여윳돈으로 하느냐 신용대출을 받느냐 따라 다르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어느 정도 투자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시장 전망이 하락 쪽은 아니고 전셋값은 상승 요인들이 훨씬 많다"라며 "금리가 단기간 급격하게 상승한다면 시장에 대단한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경기 위축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올릴 거란 점에서 큰 영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