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사상 최대 규모…음식점 등 자영업 비중 높은 업종 상승폭 커
원리금 부담은 물론 소비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도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제한과 매출 감소로 대출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원리금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폐업이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해 18.8% 증가한 것으로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음식점, 주점, 카페 등 외식업종의 영업제한 및 인원제한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사실상 대출로 작년 1년을 버틴 셈이다.
식당, 카페의 경우 창업 단계부터 대출을 받아 시작한 상황에서 작년 정부가 저리로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에 사금융까지 끌어다 쓴 업주들도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2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 대출을 포함해 민간 대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금리 인상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버티지 못하고 폐업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작년 하반기에도 한 차례 폐업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버팀목 대출 등 지원에 나섰지만 지원금이 바닥난 하반기부터는 영세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폐업이 잇따랐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작년 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매출이 30~40%는 줄어든 상황”이라며 “금융권 대출에 카드빚까지 끌어다 쓴 상황이라 대출 이자가 오르면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손실보상금을 준다고 하지만 소급적용이 안 되면 받아봐야 한 두달 버티는 게 고작일 것”이라며 “장사를 접으려고 해도 기존 대출을 다 갚아야 해 쉽게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출 부담과 함께 소비가 위축돼 장사가 더욱 안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출이 있는 일반 국민들도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 씀씀이를 더 줄일 것이란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지만 정부와 각 기업에서 저금리로 지원해주는 정책 등이 있어 바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돼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위기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