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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농협' 생보사 보장성 보험 '자존심 싸움'


입력 2021.06.25 06:00 수정 2021.06.24 10:3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판매 실적 선두 자리 두고 엎치락뒤치락

경영 기초체력 강화 핵심 아이템 '주목'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의 보장성 상품 보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이 보장성 보험 영업을 두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의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3년 연속으로 생명보험업계 보장성 보험 판매 1위를 지켜 오다가 지난해 삼성생명에게 시장 선두를 뺏기며 절치부심한 농협생명이 올해 초 다시 선두를 탈환하면서 양측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암보험이나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이 장기적으로 생보사의 기초체력을 강화시킬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생명과 농협생명은 물론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보장성 상품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3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보장성 보험 판매가 위축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풀이된다.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큰 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보장성 보험 영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농협생명은 보장성 상품에서 남다른 저력을 발휘했다. 농협생명의 관련 초회보험료 역시 72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9% 줄기는 했지만, 삼성생명(407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최대를 기록했다.


농협생명이 생보업계 보장성 보험 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판매 1위로 올라선 건 2017년의 일이다. 농협생명은 이후 2019년까지 3년 동안 선두를 지켜내며 보장성 상품의 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생명은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농협생명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며 시장 구도에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보장성 보험 초회보험료는 2019억원으로, 2015년 이후 5년 만에 20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실적이 1745억원에 그친 농협생명을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생명 브랜드 가치-농협생명 조직력 '승부수'


삼성생명과 농협생명은 서로의 장점을 앞세워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강점은 국내 최대 보험사라는 브랜드 가치에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도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이런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상품을 고르게 되면 보험설계사의 설명에 앞서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선택에 크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농협생명은 각 지역별로 고객들과 밀착해 있는 농협 특유의 영업망이 최대 무기다. 일시에 조직력을 집중해 상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기 용이한 구조다. 농협생명이 전략적으로 보장성 상품에 집중한 이후 누구보다 강력한 영업력을 과시해 올 수 있었던 이유다.


대형 생보사들이 보장성 상품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적 포석이 자리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보장성 상품 강화가 생보업계 공통의 숙제가 되고 있어서다.


2023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돼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은 생보사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수밖에 없다. 반면 현재 회계에서 판매 첫 해 생보사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보장성 보험은 IFRS17 시행 시 거꾸로 처음부터 이익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에 대비해 모든 생보사가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농협생명 중 누가 더 확실한 성공 모델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후발 주자들의 영업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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