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어 두 번째 맞대결 성사 여부에 관심
‘라스트마일’ 배송망은 온라인 유통의 꽃, 경쟁력 확대 위해 확보 절실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 매각을 놓고 롯데와 신세계 유통업계 맞수가 다시 맞붙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사가 모두 요기요 매각 본입찰에 나서게 되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후 두 번째 경쟁인 셈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경쟁에서 이제는 이커머스와 배달앱까지 온라인 경쟁으로 무대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요기요 매각을 위한 본입찰 일정이 1주일 가량 연기돼 오는 24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진행된 만큼 인수후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신세계는 그룹 내 SSG닷컴이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매각대상은 DH코리아 지분 100%로 지난달 예비입찰을 거쳐 SSG닷컴과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케피탈 등이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롯데, 라스트마일 확보로 전국 단위 촘촘한 배송망 완성
업계에서는 요기요 매각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실패한 롯데가 막판 후보로 등장할지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입찰에 참여할 경우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신세계와는 두 번째 대결을 벌이게 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본입찰 하루 뒤인 지난 18일 사내 전산망에 “향후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수합병(M&A)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 실현을 위한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룹 내 유통계열사 온라인몰을 한 데 모은 롯데온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M&A를 통해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롯데는 그룹 내 물류 전문 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비롯해 롯데쇼핑 내 오프라인 유통계열사마다 자체 배송망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요기요가 보유한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에 제품 배송 마지막 단계) 물류망이 롯데엔 없다. 때문에 롯데가 요기요 인수에 성공할 경우 롯데GRS 등 외식사업을 하는 계열사와의 단순 시너지 외에도 물류망 통합을 통한 유통산업 전반에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국 단위 대규모 물량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광역 단위는 개별 유통계열사가 보유한 배송망으로 그리고 개별 소비자와의 접점은 요기요 배송망을 통해 그물처럼 촘촘한 물류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개별 유통계열사가 요기요와 연계해 배달 사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비자와의 최접점에 있다 보니 방법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으로 재무 부담 크지만 장점도 확실
SSG닷컴을 앞세운 신세계그룹의 참여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된다. 4조원이 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추진 중인 만큼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요기요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추가 베팅이 무리는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 굵직한 인수건을 직접 챙기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과감한 승부수가 이번에도 발휘될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올 초 신세계그룹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며 판을 바꿀 수 있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 초 야구단 인수를 시작으로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 패션플랫폼 W컨셉 인수 그리고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시장이 주류가 되면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신세계도 라스트마일 물류망이 필요한 상황이다. SSG닷컴은 자체 물류망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송에 나서고 있다.
전국 주요 거점에 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이 위치하고 있지만 자체 물류 계열사를 품고 있는 롯데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물류 인프라 경쟁력은 뒤진다는 평가다.
요기요 인수에 성공하면 쿠팡과의 경쟁에서도 한층 힘을 받게 된다. 쿠팡은 작년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다. 네이버와 손잡고 반쿠팡 전선을 형성한 신세계 입장에서는 쿠팡과 맞설 수 있는 무기 하나다 더 생기는 셈이다.
이외에도 신세계푸드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노브랜드버거 등 외식사업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단독 인수를 추진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만큼 요기요 본입찰에서는 발을 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조 단위 M&A를 한 번에 두 개 진행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를 인수하면 분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배달앱 내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계속해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1위 배민과 격차가 크고 3위 쿠팡이츠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인수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위치를 지키고 1위와 격차를 줄이려면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