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구글 통행세'에 뿔난 전자책 업계…이중고통 창작자는 어쩌나


입력 2021.06.23 10:15 수정 2021.06.23 10:1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젊은 창작자들에 먼저 피해"

"가혹한 수익배분 구조도 개선해야"

ⓒ구글

최근 전자책 업계가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의무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게임에만 적용되던 인앱결제를 웹툰과 웹소설, 음악 등 콘텐츠에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는 어플 유료 결제 시 어플 자체 시스템이 아닌 구글플레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구글은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하게 된다.


국내 출판업계는 구글이 인앱결제를 사용하는 업체들에 수수료를 30%나 부과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반대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시리즈, 리디북스, 교보문고, 예스24 등 전자책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구글 인앱제가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 최저 20%에서 최고 40%까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장점이었던 전자책이 자칫 종이책 가격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협회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구글의 인앱 결제는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출판물은 어떤 방식이든 어느 디바이스든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돼야 하지만 구글인앱 결제가 강행될 경우 소비자들은 앱에서는 할증된 가격으로, 인터넷상에서는 제 가격으로 사야 하는 가격 혼선을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등 전자책 업계와 창작자들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이들 모두 구글이 부과하는 수수료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면, 이것이 창작자 및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상황을 우려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전자책 분야가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이것이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젊은 창작자들이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김헌식 문화 평론가는 "젊은 창작자나 신생 개발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문제다. 플랫폼이 창작자들 우선할 리도 없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이들은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된다"며 "웹소설 등 창작자들은 대다수가 젊고, 나이가 지망생들도 많다. 지망생은 콘텐츠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플랫폼 종사하고 있거나 활동할 예정인 젊은 창작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창작자들에게 과도하게 수수료를 떠넘기는 구조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100억원 규모였다. 이후 2018년 4000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추정치도 600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웹소설 시장 규모를 종이책 소설 시장의 2~3배로 추산하기도 했다.


들여다보면 창작자의 환경은 좋지만은 않다. 웹소설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공급도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20만 명이 넘는 웹소설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지망생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커진다. 현재 플랫폼이 부과하는 수수료나 출판사와의 수익 분배 등을 마치면 작가가 가지고 가는 돈은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독자들을 위한 무료 이벤트가 진행될 때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 등 창작자에게 열악한 조건들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창작자연대는 '플랫폼들이 떠넘기는 과도한 수수료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해주시고 출판계가 독자에게 그 가격을 떠넘기는 일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을 게재, 2만 8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들은 "11년 전 애플 앱스토어에서 시행된 인앱결제의무 기능이 도입되며 출판사들은 전자책 가격을 더욱 높이려고 하고 있다"며 "플랫폼들이 작가와 출판사에게 45~50%까지 수수료를 부과시키고 애플(현재 시행중)과 구글(차후 시행예정)이 플랫폼들에 부과시키는 수수료를 출판사와 작가에게 떠넘기는 것을 정부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평론가는 "겉으로는 웹툰, 웹소설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익 배분률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유명한 작가가 아닌 경우에는 더 그렇다. 30%를 떼 간다고 하면 당장 피해가 창작자들에게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당연한 것처럼 하면 안된다. 구글이 하는 것을 국내 플랫폼이 당연하게 연동하면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 이전에 이미 가혹한 수익 배분구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