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제자리...파· 달걀 · 라면·생선 ↑
유가 뛰고, 2차 추경...물가상승 압력 우려
"소주성, 고용에 부정적...부양책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보급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국내 경제도 충격에서 벗어났다. 보수적으로 경제전망을 내놓는 한국은행까지 올해 경제성장률을 4%대로 상향 전망했다. 그러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사뭇 다르다. 국내 경제 회복 개선세가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괴리감이 생긴 것이다. 고용과 내수는 지난 4월부터 뒤늦게 개선되기 시작한 가운데, 소비자 물가는 고공행진중이다. 민생경기는 아직 위기 한복판이라는 지적이다.
◆ 원자재•농축산물 가격↑...장바구니 물가 ‘요동’
최근 글로벌 경기가 회복 흐름을 타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서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 신선식품지수는 135.07로 전년동분기 대비 14.8% 올랐다. 구제역과 이상기온 등으로 신선직품지수가 치솟았던 2011년(21.3%) 이후 10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오름세도 3분기 연속 10%대를 기록했다. 신선직품지수는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가격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초로 작성하며 ‘밥상물가’라고도 불리운다.
소비자 물가 역시 상승중이다. 5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했으며, 9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0.6% 상승률을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로 급증세다.
특히 서민들이 선호하는 생활 품목이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작황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1% 올랐다. 파는 130.5%, 달걀 45.4%로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햄버거, 생선회, 라면, 불고기 등을 포함한 외식물가도 2.1%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도 23.3% 급등했다. 2008년 8월(27.8%)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환경 근원물가도 같은기간 1.5%가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달보다 3.3% 상승했다. 2017년 8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집세도 1.3% 오르며, 3년 6개월만에 최대치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낮았던 물가 수준을 근거로 최근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6월 7월에도 2%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다 하반기부터 안정세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8%,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로 내다봤다.
◆ “소주성 실패...실물경기 부양책 시급”
정부의 낙관에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물가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명목임금과 상품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 물가를 부채질 할 수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도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정부의 수십조원에 달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월급은 변화가 없는데 물가상승이 이뤄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1.3% 감소한 277만8000원, 사업소득은 1.6% 줄어든 7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계소득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지원까지 포함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6.30배)은 1년전보다 다소 개선됬으나, 재난지원금에 따른 일회성 효과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소주성 정책이 물가 상승을 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결국 서민경기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주성 정책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고용주간의 갈등을 야기하며 매끄럽게 전개돼지 못했다”며 “골목상권 보호 등의 장치화 함께 경제민주화를 이뤄나가면서 정책을 실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최저임금 인상 문제점을 가지고 오면서 더 발전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또한 “소주성 정책이 노동비용 충격 문제를 더 키우면서 자영업자나 영세한 기업 등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며 “대면소비가 회복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이나 고용이 여전히 부진한 것은 소주성 정책이 부담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수정 없이 재정을 확장하는것은 인플레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주성 정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말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며 “현재의 물가 상승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 현상으로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 완화정책이 기대와 다르게 부동산과 주식시장만 과도하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며 “서민들도 체감할 수 있도록 실물경기를 순환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