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17대책 발표 이후 1년째 국회 문턱 넘지 못해
집주인·세입자는 물론 업계 종사자까지 '혼선'
"거래 막는 규제, 시장 불안 잠재우는 데 한계"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재건축 단지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째 국회에서 이렇다 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선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감정평가액으로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6·17대책에서 나온 재건축 규제 방안을 담고 있다. 재건축 단지로 유입되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해당 법안은 당초 지난해 말 입법을 거쳐 올 들어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이후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야권에서 실거주 요건 적용 시 서울 전·월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며 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여권 내부에서도 해당 규제로 세입자 피해가 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법안을 통과시키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음에도 시장에선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정안 통과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칠 경우 예외적으로 실거주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아이 교육 문제로 좀 저렴한 목동 신시가지 전셋집을 구해 살고 있었는데 지난해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며 집주인에게 나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계약 기간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쫓기듯이 나와 다른 집을 구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고 토로했다.
중랑구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2년을 하지 않으면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더니, 2·4대책에선 공공재건축의 경우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준다고 하더라"라며 "투자 문의가 들어와 물건을 소개해 주고 보니 시행방식이 공공직접시행이 아니면 실거주 요건을 또 채워야 한다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래서 법을 시행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빨리 결정을 해주면 좋겠다"라며 "규제도 워낙 많고 비슷비슷한 정책이 뒤섞여 있는 탓에 우리 같은 종사자들도 대비를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거래를 막는 규제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견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불안정성이 가장 나쁘다"라며 "실거주 2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시장이 워낙 과열돼 한시적으로 효과를 거둘진 모르겠지만 결국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당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구속작업도 잘 이뤄지지 않으면 오도 가도 못 하는 불안한 상황만 연장될 것"이라며 "거래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규제로 인해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이면에 사회적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