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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⑧] 크루엘라야, 더 강한 ‘빌런’이 될 수 없겠니?


입력 2021.06.11 14:23 수정 2021.06.11 14:26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영화 ‘크루엘라’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에스텔라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했다. 보여줘야 할 자신과 내부의 자신이 다르다. 이 때문에 학교생활도 불안하다. 사실 에스텔라는 잘못이 없다.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줬을 뿐. 그러나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어 엄마와 함께 런던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곧 엄마의 사망을 보게 되고, 혼자가 된 후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만나게 된다. 도둑질로 수년을 호흡을 맞추면서 에스텔라의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은 점점 더 빛을 발한다. 재스퍼의 재주로 에스텔라는 꿈에 그리던 백화점에 들어가게 되고, 화장실과 바닥청소만 하던 중 대형 사고를 저지른다. 쫓겨날 찰나 이 천재를 런던 패션계의 정상인 남작 부인이 알아본다. 남작부인의 총애를 받던 중 남작 부인의 실체를 알게 된 에스텔라는 드디어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크루엘라로 말이다. 런던 패션계는 남작 부인에서 크루엘라로 옮겨간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에 힘들어 하지만, 크루엘라는 이내 엄청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줄거리)


유명준 : 영화들 어떻게 보셨는지요?


홍종선 : 크루엘라가 너무 약해서? 귀여워서? 실망했다고 할까나. ‘여자판 조커’를 기대했는데. 엠마 스톤은 조커가 될 준비가 돼 있었던 거 같은데, 디즈니 제작이라 그런지 너무 사랑스러워요. 캐릭터를 기대했는데, 눈이 호강한 영화. 물론 오랜만에 돈 많이 들인 블록버스터를 보니 반갑긴 했어요. 시대 변화를 생각하면 여성 빌런이 충분히 가능한데, 왜 동정주의적으로 흐르는지 안타까운. 1996년, 무려 25년 전 크루엘라, 글렌 클로즈보다 약해 보였어. 물론 그때는 평면적 악인이기는 했지만요.


류지윤 : 저도 생각보다 캐릭터 자체의 힘은 좀 약한 것 같았어요 크루엘라의 패션이나 비주얼에 더 눈길이 갔어요. 조금 더 파격적으로 끌고 나갔어도 괜찮을 거 같았죠.


유명준 : 크루엘라는 재스퍼-호레이스와 화해를 하지 말았어야 해요. 거기서 크루엘라와 에스텔라가 혼동이 왔어요.


홍종선 : 맞아요. 혼동. 이번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인물을 두 자아로 나누었으니 크루엘라일 때는 더욱 세야 하는데. 어머 웬일. 하이드가 튀어나오질 않네. 엠마 스톤 연기력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감독이 잘못했다’에 한 표. 1956년 도디 스미스의 소설, 1961년 애니메이션, 1996년 영화의 제목이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인데 거기서 제목을 파격적으로 크루엘라로 바꾸었다면 그 이유를 보여 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유명준 : 선을 긋지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크루엘라가 중심을 잡고 반대편에 남작부인이 있고, 그 주변에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자꾸 주변에도 더 눈길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특히 강아지들.


류지윤 : 달마시안, 크루엘라보다 더 눈길이 간 게 윙크.


홍종선 : 엠마 톰슨이 연기한 남작부인인 바로네스가 더 빌런으로 보였어요. 와, 진짜 엠마 톰슨은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나. 의상 소화력도 엠마 스톤보다 나온 듯, 나이와 체형을 감안한다면


유명준 : 맞아요. ‘101마리의 달마시안’과 ‘전혀 다른 작품’인 것은 인정하겠는데, 크루엘라를 살리는 작품은 아니었죠. 엠마 톰슨에게 시선도 빼앗겼고요.


홍종선 : 두 엠마 가운데, 대세는 ‘라라랜드’ 이후 스톤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톰슨이 보여줌. 나 살아있다!!


류지윤 : 엠마 톰슨과 엠마 스톤 관계에서 저는 ‘101마리의 달마시안’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더 생각났어요. 물론 이건 관계가 다르긴 하지만.


홍종선 : 맞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2편인 줄. 1996년 영화판에서도 크르엘라 드빌은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그때 여자 주인공이 아니타, 패션회사 직원. 크루엘라가 사장인데 이번에 크루엘라가 직원이고 바로네스가 사장인 것으로 바뀌었는데 여전히 아니타와 크루엘라가 겹쳐 보여서. 크루엘라가 약해 보이고 바로네스가 강해 보인 것 같아요. 예고편은 정말 잘 만들어서, 정말 기대했는데, 그래서 실망감이 생겼는지도 몰라요


유명준 : 전 영화 보면서 크루엘라가 할리 퀸에게 좀 배워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패션으로 바로네스를 누르며 등장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할리 퀸이 계속 떠오르면서 비교가.


홍종선 : 하하하 할리 퀸. 할리 퀸만큼 강했으면, 그러면서 크루엘라의 외관과 이력을 가졌으면 진짜 멋졌을 텐데. 특히 쓰레기차 타고 온 장면 영상미학으로 멋지고 자동차 위에 서서 바로네스 깔아뭉갠 장면 압권!


류지윤 : 와 쓰레기차 탄 장면 정말 보면서 너무 감탄했어요. 그런 비주얼적인 면은 정말 화려하고 독창적이라 크루엘라 등장신을 기대하는 맛은 있었어요.


홍종선 : 너무 감탄! ‘이렇게 또 새로운 장면이 영화사에 탄생하는구나’하는 느낌. 다음번엔 또 무슨 옷을 입고 나올까. 그러다가 공원에서 콘서트 하는 신에서. 아우 정말 빈약한 상상력에 눈물이.


유명준 : 전 영화 보면서 n차 관람이 나오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홍종선 : 왜죠?


유명준 : 감독이 캐릭터를 조율하는 데는 아쉬운 게 많지만, 장면을 떼어놓고 보면 화려함이 있더라고요. 여성 관객들이 ‘N차 관람할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강아지를 비롯한 코믹 요소도요.


홍종선 : 맞아 그 옷 보러 다시 보고 싶어, 음악도 좋았고요. 요즘 반려견 많이 키우고, 워낙 큰 영화도 없었던 터라 티켓 값 생각 안 나고 재미있게 볼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윙크가 정말 큰일 한 영화!


류지윤 : 쥐 분장했을 때 정말 심장 잡았어요.


유명준 : 영화 외적으로 봐도 다양하게 해석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남작부인은 대기업, 크루엘라는 스타트업. 취업 안 되는 시대에 자신의 재능으로 창업한 인재. 남작부인이 에스텔라의 아이디어 빼앗고 하는 부분도 비교를 하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홍종선 : 아 대기업 대 스타트업. 적절하네요. 그런 대결 구도로 본다면 크루엘라가 덜 나쁘고 끝까지 착한 게 이해가 되네요. 나비의 번데기 고치. 드레스로 한 방 날리는 것도 더 통쾌하게 느껴지고요.


유명준 : 그런 거 보면 호레이스와 재스퍼가 고생 많은 거죠. 밑작업은 둘이 다 하는.


류지윤 : 떠날까봐 조마조마 했다고요. 가족카드는 반칙이죠.


홍종선 : 가족카드 진짜 반칙. 맥 확 빠짐. ‘그런 로열 패밀리 배경 없으면 못 이기나?’ 싶은. 나는 재스퍼 역의 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이던데요. 앞으로 계속 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티나지 않게 연기를 잘하더라는. 여기서 재스퍼가 튀면 안 되니까 딱 그만큼만 하는데 훨씬 더 내적 파워가 클 것 같은 배우.


유명준 : 재스퍼나 호레이스가 적정치를 유지한 것은 좋았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그래서 사실 크루엘라가 더 앞으로 튀어나가도 될 거 같았는데, 아쉽죠. 후속편은 어떤 방향으로 갈 거 같은지?


류지윤 : 저는 그래도 상낭하고 화려한 디즈니세계에서, 그래도 크루엘라가 새로운 결의 포문을 열었으니 조금 더 잔혹하고 맵게 가도 되지 않을까.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대결구도도 밋밋하고 아쉬움을 표했으니, 그런걸 좀 수렴해줬으면 좋겠는?


유명준 : 기대하고 싶은 내용은 크루엘라가 정말 빌런이 되어서 패션계뿐만 아니라, 빌런급 인사들을 스테이지 폭파처럼 깨부수며 가는 것인데.


류지윤 : 그렇죠. 패션계에서 분노의 질주를 해줬으면 하는.


홍종선 : ‘투 엠마 투 빌런’ 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나. 재스퍼-호레이스와의 우정을 포기하지 않은 크루엘라이고, 바로네스도 감옥에 간만큼 우선 착하게 패션업계를 이끄는 모습을 화려하게 보여주다가 더욱 빌런이 되어 나타난 바로네스와의 맞대결로 가지 않을까. 에스텔라 대 바로네스. 아, 진짜 이러면 우리의 빌런 크루엘라를 잃어 버리는 건데. 아예 엉뚱하게 엠마 왓슨까지 쓰리 엠마가 되면 배가 산으로 가려나. 하하. 아마 이번에 눈을 대만족하고 스토리 구조에는 실망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전망을 한 것 같은데요. ‘101마리 달마시안’의 역할과 크루엘라의 역할이 부각되는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주변에 맘 뺏기지 않게. 이번에 달마시안 매력이 너무 없었어요. 퐁고와 미시(1961). 퐁고와 퍼디(1996)의 매력을 되찾아 달라고.


유명준 : 이런. 엠마 왓슨이라뇨. 전 바로네스가 나왔는데, 다른 빌런에게 깨지고 그 빌런과 크루엘라가 붙는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 빌런이 엠마왓슨이 나오면. 음.


홍종선 : 차라리 크루엘라가 다른 빌런에게 깨지고 바로네스가 자신이 엄마임을 각성, 크루엘라와 연대하여 싸운다면?


류지윤 : 어 바로네스와 크루엘라 연대 궁금해요. 그러다가 바로 합 안맞으면 뒤통수 칠 것 같은 분위기.


유명준 : 아무튼 전체적인 의견은 크루엘라가 좀 더 강력해지고, 빌런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군요.


홍종선 : 그런데 영화가 설정한 캐릭터를 봐도 바로네스가 진짜 사이코패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바로네스를 주인공으로 프리퀄 영화를 만들고 싶더라니까요.


류지윤 : 크루엘라는 그래도 엄마랑 친구들을 사랑하는데 딸까지 죽이라는 무자비함이라니.


유명준 : 임신 후 웃으면서 남작에게 “저 임신했어요”하는 모습.


홍종선 : 정말 소름돋는 캐릭터. 천상천하 유아독존! 에마 톤슨은 그 선한 눈빛으로 악역해도 잘해서 놀라운 배우. 역시 연기력인가.


<‘크루엘라’는>


홍종선 : ‘크루엘라’, 하이드에게서 지킬 박사가 보인다. 여성 빌런 캐릭터의 진화, 후속편에서는 볼 수 있을까. 우선 눈 호강부터 누려 보자, 신선한 아이디어의 화려한 패션이 휘황찬란하다.


류지윤 : 디즈니 프린세스 사이에서 빌런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상냥한 크루엘라.


유명준 : 화려함과 강아지들의 귀여움에 또 보고 싶지만, 빌런에 못 미치는 크루엘라 향한 실망은 역시 똑같이 느낄 듯. 할리 퀸의 도움이 필요해.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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