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활용 ‘익숙한 속 변화’ 전략 지속…“관련 제품 봇물”
소비자, 우후죽순 쏟아지는 제품에 ‘피로’…전문가 “의존 삼가야”
유통업계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중심으로 한 ‘자매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과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하는 ‘익숙함 속 변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의존 판매는 삼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번 시장에서 대박을 친 상품은 관련 제품이 출시됐을 경우 매출 견인에는 효과적이지만, 인기가 사그러지는 순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CU가 곰표밀가루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유니버스(세계)를 구축했다. 곰표 팝콘을 시작으로 나쵸, 밀맥주, 빼빼로기획세트, 주방세제에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최대 6개까지 확장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곰표 제품이 연이어 대박을 치자, 연계상품을 만들거나 독점 판매를 확보하는데 힘쓰기 시작했다. 할리스는 지난 4월 곰표 콜라보 메뉴 2종을 선보였고, 대한제분은 한강주조와 손잡고 곰표를 거꾸로 한 ‘표문 막걸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곰표 밀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여름 수요를 겨냥해 ‘곰표 썸머에일’ 등으로 품목을 추가하고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 다양한 업체를 중심으로 곰표 떡볶이, 곰표 치킨너넷 등 유사 제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행에 편승해 매출 상승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CU가 대한제분과의 협업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이후 콜라보 제품의 누적 매출은 7배 이상 신장했다. 곰표 밀맥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개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자 ‘제 2의 곰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종 업계간 ‘이색 콜라보’ 제품 출시는 봇물처럼 쏟아졌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마케팅, ‘뉴트로’ 트렌드에 부합한 디자인, 희소성 등을 중심으로 구매를 자극한 여러 제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돼 왔다. 대표적으로 해태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히트를 끌자 비슷한 미투제품이 경쟁사 사이에서 쏟아졌고, 급기야 비슷한 맛을 내는 유사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특정 수요를 겨냥한 화장품까지 출시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캐릭터 펭수를 활용한 제품도 유통업계를 한 차례 휩쓸었다. 펭수를 모델로 한 ‘펭수빵’부터 아이스크림까지 협업 제품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펭수는 정관장, 미닛메이드, 비타500 등 다수의 브랜드 모델로 활약하기도 했다.
올해는 하나의 ‘맛’이 유행하면 해당 맛을 입힌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 현상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편의점 CU가 출시한 삼육두유 시리즈 제품이 대표적이다. 또 ‘로제’를 앞세운 다양한 메뉴도 잇단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다양한 카테고리로 컬래버레이션 품목을 확대하면 연계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동일 시리즈에 속하는 상품들의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는 연쇄효과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대형마트 등 시식행사가 막히면서 신제품을 만들더라도 이를 직접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할 길이 막혔고, 소비자는 익숙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SNS를 통한 ‘인증샷 문화’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소비자라며 누구나 구입할 수 있지만 품절대란 현상으로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제품을 구매해 찍어올리면서 스스로 만족을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래버로 대박친 상품을 활용해 다양한 자매품을 만들 경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매출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며 “하나의 제품에 만족을 한 소비자가 다른 연관 상품에도 구입 이전부터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구매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도 너무 많은 신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도 먹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계상품이 나왔을 때는 호기심을 가지고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에 최적화 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박친 상품을 활용해 또 다른 상품을 만들어낼 경우 매출 견인에는 효과적이지만, 인기가 사그러지는 순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수 있어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품의 성장 등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컬래버 제품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 자체는 좋은 현상이라고 보지만, 본질적인 제품의 향상없이 표면적으로 결합만 하는 식의 제품 출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번잡스럽고 식상하다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성을 중심으로 한 협업 상품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신제품을 출시할 때 개선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속적인 대박을 이끄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