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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쓸어담는 해운사, 선박 발주 '러시'


입력 2021.06.01 14:13 수정 2021.06.01 15:2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1~4월 1만TEU급 이상 컨선 발주량 978% 급증

해운 운임 강세 및 해운 규제로 선박 주문 폭발적

지나친 발주에 2023년 이후 선박 공급과잉 우려도

HMM 오클랜드호. (자료사진)ⓒHMM

수출 화물 대란으로 돈방석에 앉은 해운사들이 앞다퉈 컨테이너선 발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사에게 배를 빌려주는 선주사까지 발주 러시에 가세하는 상황으로, 선박 인도량은 건조가 본격적으로 마무리되는 2023년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1만2000TEU( 20피트 컨테이너 크기)급 이상 컨테이너선 글로벌 발주량은 전년 동기 59만CGT(8척)에서 978% 급증한 636만CGT(108척)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4월 글로벌 전체 발주량인 38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해운 운임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3495.76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등으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수도 동반 증가하면서 유럽 수요까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을 물건은 넘쳐나는 데 선박과 컨테이너는 부족하다 보니 선적 스케줄이 지연되거나 선박 회전율이 저하되는 현상까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해양공사에 따르면 4월 정시성 지표는 39.2%로 전년 동월 대비 30.6%p 떨어졌다.


머스크, HMM 등 해운사들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돈을 쓸어담고 있다. 올해 1분기 머스크 매출은 124억달러, EBITDA(이자, 세금 미지급 및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은 40억달러로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달성했다. HMM 역시 1분기 매출과 영업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운 시황이 연일 강세를 지속하다 보니 선사 뿐 아니라 시스팬(Seaspan) 등 배를 사서 빌려주는 선주사들까지 컨테이너선 발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알파라이너는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2022년 92만TEU에서 2023년 180만TEU로 2배 가량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외신인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국제 해운협회인 발틱국제해운동맹(BIMCO)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운송으로 쏟아진 막대한 자금이 조선소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선박 공급 부족은 선사들의 선대 확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환경규제 EEDIⓒ대우조선해양 IR 자료

컨테이너선 발주는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인 EEDI 시행으로 수 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EDI는 신조선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선박이 1t의 화물을 적재하고 1해상마일을 항해하는 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말한다.


EEDI가 발효되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내년 4월 1일부터 탄소 배출을 기존 보다 45~50% 감축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LNG(액화천연가스)추진 컨테이너선 등 이중연료추진선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연료추진선 가격은 일반 상선 보다 1000만~1500만달러 비싼 편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선 선박 가격 역시 상승 탄력을 받고 있어 가능성이 크다.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가격은 올해 1월 1억4400만 달러에서 5월 말 현재 1억5850만 달러로 뛰었다. 1만5000~1만6000TEU급은 1억80만 달러에서 1억2750만 달러로 오르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는 컨테이너선 발주가 2만TEU급 이상 초대형선 보다는 1만5000TEU급 내외의 대형선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2만TEU급 이상 초대형선은 유럽 수에즈 운하만 통과할 수 있지만 1만5000TEU급은 유럽과 미주 모두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IR 자료를 통해 "선령(배 나이) 15년 이상의 8000~1만TEU급 노후선을 보유한 선주사들이 1만3000~1만5000TEU급 위주로 교체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클락슨리서치는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지난해 105척에서 올해와 내년엔 연평균 210척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부터 2026년엔 251척, 2027년~2031년엔 301척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나친 발주 증가로 2023년 이후 컨테이너선 공급과잉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위주의 근해선사의 경우 노후선이 많지만 원양선사는 노후선 교체 보다는 시황 상승으로 발주를 늘리는 이유가 더 크다"면서 "2년 뒤 선박 공급과잉이 현실화되면 해운 운임은 당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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