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단 '외압 여부' 파악에 주력…담당 수사관 피의자 전환, 서초서장·형사과장 수사선상
김창룡 경찰청장 발언도 거짓 의혹…남구준 "당시 경찰청장 몰랐던 내용, 경찰청에 보고된 정황 없다" 해명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초경찰서 간부들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휴대전화 데이터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 관련 경찰의 입장이 계속해서 번복되고 일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의 실체도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조직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부실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지난 해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이 올해 초 진상조사가 착수될 시기를 전후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등을 지운 정황을 파악했다. 또 당시 수사 담당자였던 A경사도 휴대전화 데이터를 삭제한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초서장은 진상조사단에 "데이터가 삭제되기는 했으나 그 양 등에 비춰볼 때 고의적인 게 아니라 일상적인 삭제였다"고 밝혔고, 당시 형사과장과 형사팀장은 "데이터 삭제는 이 차관 사건 처리와 무관하다"고 각각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은 통신사에서 사건 발생 이후 서초서 간부들의 통화기록을 입수해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작용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편,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블랙박스 영상 은폐’, ‘윗선 보고’ 등 당시 제기됐던 의혹 가운데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 경찰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경찰은 이 차관의 폭력행위가 택시 ‘운행 중’에 발생했는지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즉 특가법 적용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 단서인 블랙박스 영상이 녹화돼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게 보여줬지만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담당 수사관 A경사를 대기발령 조치한 데 이어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진상조사를 진행하면서 A경사를 피의자로 전환했고,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등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발언도 거짓 의혹에 휩싸였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김 청장은 “해당 사건은 내사종결한 사안으로 당시 서울청과 본청에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서초서 직원이 이 차관이 초대 공수처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상급기관인 서울청에 전파한 사실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김 청장의 발언은 틀린 말이 됐다.
이와 관련해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서울청 수사에서 밝혀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경찰청장이 몰랐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청 진상수사단이 수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청 생활안전계까지만 보고가 된 것으로 확인됐고, 본청(경찰청)에 보고된 정황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