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코로나 기원 추가 조사 지시
"中에 대한 구체적 질문 포함하라"
中 즉각 반발…"정치적 목적 앞세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꺼져가던 '중국 기원설'의 불씨에 미국이 부채질을 하자 중국은 '음모론'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미중 양국이 외교·안보·경제 분야에 이어 보건·의료 분야에서까지 대립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코로나 기원을 밝혀내는 조사 작업에 정보수집 역량을 지금의 2배로 증강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추가 조사 지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비공개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을 재점화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중국 우한 연구소 연구원 3명은 지난 2019년 11월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세를 보여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연구원들의 병원 방문 시점이 코로나19 첫 발병보고 직전인 것으로 파악돼 코로나19와 우한 연구소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직후인 지난 3월 정보당국에 코로나19가 실험실 사고로 발생했는지, 감염된 동물에서 유래했는지 등을 분석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달 초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정보당국이 두 가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결정적인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며 "(두 시나리오의) 각 요소는 낮은 신뢰도 또는 중간 신뢰도를 갖고 있다. 한 요소가 다른 요소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있다고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결론에 가까워질 수 있는 정보를 수집·분석해 90일 이내에 보고해 달라고 정보당국에 요청했다"며 중국에 대한 구체적 질문들을 포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내용들을 해당 보고서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전 세계의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이 완전하고 투명한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 조사에 참여하고, 모든 관련 자료와 증거들을 제공하도록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자주의적 접근을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 기조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중국 기원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 보건당국 조사요원이 중국 현지를 방문하지 못해 코로나19 기원 조사가 방해를 받았다며 중국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미국이 배제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 "전세계 실험실·비밀기지 조사해야"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조사 지시에 즉각 반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최근 어떤 이들은 코로나19 기원 추적에 대해 정치적인 낡은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비방과 비난, '연구소 유출'이란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사관 측은 "과학적 문제인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정치화하는 것은 기원 추적과 팬데믹 관련 국제 공조를 심각하게 방해할 것"이라며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된 모든 초기 감염 사례의 포괄적 연구와 전 세계 생물학 실험실과 비밀 기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특정해 조사를 벌이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코로나19가 미국·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19년 하반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지난 2019년 하반기 미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병이 발생했다"며 "미국도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을 초청해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중국 측은 미국이 "과학의 정신보다 정치적 목적을 앞세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지난 24일 개막한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을 옵서버로 참석시키려던 미국 구상이 중국에 의해 불발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 조사로 방향을 틀어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