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후 6개월 간 수사 진행돼 검찰 송치만 앞둔 상황에서 피해자 황망·당혹
"열악한 지위서 피해, 더 이상 유사 피해 없어야…변호사 실무수습제도에 대한 법조계 자성 필요"
같은 로펌에 다니던 후배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변호사가 사망한 데에 대해 후배 변호사 측은 “사망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황망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6일 후배 변호사의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의자의 장례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말을 삼가하고 싶었으나, 제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부득이 간략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측은 금일 아침 7시경 언론사 연락을 통해 피의자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고소 후 6개월간 수사가 진행돼 검찰 송치만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피의자 사망은 피해자 측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피해자가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아 당혹스러운 심경을 금하기 어려운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고소 배경에 대해 “피해자가 열악한 지위에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라며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여러 고충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피해자도, 피해자의 변호사도 이 사건의 피해를 규명하는 한편, 더 이상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과 변호사 실무수습제도에 대한 법조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고심 끝에 고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측은 사망 앞에 그저 애도만을 전할 수 없는 입장이며, 사건이 끝나더라도 이를 계기로 시작돼야 할 이야기들이 종결돼서는 안 된다"면서 "(장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수사기관과 법조계, 사회를 향해 종합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26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4시 7분쯤 40대 변호사 A씨가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같은 로펌에서 일하는 후배 변호사 B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경찰은 A씨의 친지로부터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고 유서를 발견했지만 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