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등소유자 670명 대비 3배 이상 많은 2300가구로 신축
吳 '재개발 완화' 방안 발표, "민간 선회 목소리 많아질 듯"
"뉴타운 한다더니 어그러지고 정비구역 해제되고, 재개발도 번번이 무산됐어요. 여기 주민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빨리빨리'가 우선이에요. 저도 공공재개발에 동의하긴 했는데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 규제 푼다는 얘기가 들리네요?"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사업장은 높은 주민 호응을 바탕으로 공공재개발에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졌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장위동 238-83 일원 장위9구역은 3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앞서 공모 당시 68% 이상의 높은 주민동의율을 기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곳은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 8곳과 2차 16곳 등 총 24곳 가운데 사업성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8만5878㎡ 규모 이곳 부지에 공공재개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용적률 300%를 적용, 2300가구 신축단지를 세우겠다는 목표다. 토지등소유자는 670명 정도다.
김지훈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은 "다음 달 5일 시행을 맡은 LH와 2차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이나 인센티브가 공공재개발이 더 낫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민간재개발로 선회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주민설명회에선 개략적인 장위9구역 개발계획과 추정분담금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추진위는 주민대표 선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처럼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데다 정부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시장에선 장위9구역이 '공공재개발 1호 단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주민들은 언제든 민간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상과 달리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장위9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민간으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반대 서명도 받는 중이다.
40년째 거주 중인 한 주민은 "바로 앞에 재개발 다 끝난 신축아파트 볼 때마다 조급함이 앞선다"라며 "공공은 당장 될 것처럼 말하니까 동의서를 제출하긴 했는데 진짜 사업 들어가기 전까지는 계산기를 계속 두드려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강욱원 장위9구역 비대위원장은 "공공으로 할 경우 9구역 동 배치가 어떻게 되는지 조경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구체적인 내용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다"라며 "관리처분 다 받고 공개하겠다는데 이건 사유재산을 나라에서 착취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변에 1군 건설사 아파트가 1만가구 가까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한가운데 자리한 장위9를 공공으로 짓는다고 하면 나중에 집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LH 설명회 이후에 비대위 자체적으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재개발 완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추진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장위뉴타운 소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연히 공공보다 민간이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텐데 워낙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곳이다 보니 공공재개발도 좋다는 심정"이라며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에 들어선 신축빌라도 많아서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 완화 규제 소식이 점점 전해지면 민간으로 돌아서자는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장위뉴타운 지정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무산된 상황에서 인근 아파트가 우선 재개발된 것을 보면서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탓"이라며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쪼개서 개발하게 되면 향후 난개발 우려도 있거니와 민간아파트와 임대물량이 많은 아파트의 시세 차이가 벌어질 수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