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부럽다"는 이준석 열풍
"반갑다" 한 목소리 냈지만 속내는 다르다?
중진 '꼰대 이미지에 갇힐까' 우려하고
초선 '쇄신의 주역은 난데?' 내심 초조
'30대·0선' 정치인으로서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준석 당 대표' 가능성에 위협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국민의힘은 그의 선전을 대체로 응원하는 모양새다. 다만 속으로는 내심 초조해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준석 돌풍, 혁신 이미지 더하고 전당대회 흥행 이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실시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30.2%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당초 '양강 구도'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나경원 전 의원은 15.6%, 주호영 의원이 5.4%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은 우선 이준석의 선전을 대체로 응원하고 있다. '이준석 돌풍'은 실제로 당 전체를 두고 보면, 그 자체로 국민의힘에 혁신과 쇄신의 이미지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의외의' 선전을 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흥행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준석 돌풍'이 "부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부럽다"며 "되게 역동적이다. 생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걸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중진들, 이준석 열풍에 '꼰대' 이미지 갇힐까 우려
앞다퉈 '신진세력 지지' 입장 밝히기도
그러나 국민의힘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준석 열풍'은 온도차가 크다. 초·재선 의원들은 그들대로, 당 중진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이 전 최고위원을 견제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힘 중진의 입장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뜰수록 이른바 '꼰대'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 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당내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 중진들이 앞다퉈 그를 응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꼰대' 이미지에서 먼저 탈피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김웅·김은혜 의원 등 신진 세력의 당 대표 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개적으로 그들의 당선을 기원한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당 대표가 하는 역할은 자동차 같으면 디자이너다. 디자이너가 젊다고 해서 엔지니어(원내대표)가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지장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과 경쟁하게 된 중진 의원들은 초조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를 두고 "누군가가 정확하지 않은 조사 결과를 너무 많이 생산해 퍼뜨리는 데 의도가 있지 않나"라며 "지금 발표되는 조사 결과는 당원 분포와 관계없이 진행돼 전대 결과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과도하게 생산돼 퍼뜨려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대권)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선들, 21대 국회 '혁신의 주역' 자리 빼앗길까 내심 '초조'
"'이준석 돌풍 그칠 것'이란 전망 나오는 데는 이런 이유 있어"
21대 국회 개원 이후 당의 혁신을 이끄는 주체로 활동해온 초선 의원들에게도 이 전 최고위원은 위협적 존재다. 이 전 최고위원이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된다면, 그동안 당내 과반을 점하며 '쇄신의 주역' 역할을 해온 초선 의원들의 당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선 김웅 의원의 경우, 지역구까지 내려 놓고 가장 먼저 '혁신'의 깃발을 들었으나, '이준석 돌풍'에 밀려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당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예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이준석 돌풍이 그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 '이제 그쳤으면' 하는 개인의 바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