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이탈물 횡령 혐의 택시기사 1심서 무죄…"해당 물건을 가지려는 의사는 없어"
택시에 휴대폰을 두고 내린 승객에게 사례금을 요구한 기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재판장 남신향)은 점유이탈물횡령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의 한 도로에서 승객 A씨를 태워 운행했다.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A씨는 약 1시간 뒤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김씨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터기를 찍고 가서 휴대전화를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A씨가 김씨가 있는 곳에 친구를 보내겠다고 말하면서 휴대전화 반환이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A씨와 통화하며 "못 오게 한 건 아니지 않으냐", "설마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고 말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해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고 가지려 했다고 보고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남 판사는 "김씨의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런 점만으로는 김씨에게 휴대전화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기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김씨가 분실물 습득의 사후처리 절차를 소홀히 하고 사례금을 거절하는 듯한 A씨의 태도에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김씨에게 불법영득의사(해당 물건을 가지려는 의사)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로 판결했다.
실제 유실물법 제4조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 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