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셰라 카바예·호세 카레라스 옆에 나란히 사진 걸려 차세대 디바 입증
”한국 가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부를 때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곡이 끝난 뒤 그녀가 격한 감동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며 함께 울었다. 아름답고 진실한 공연을 선사해줘 감사한 마음뿐이다.”
“흥행과 예술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둔 공연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압도적인 생명력과 화려한 테크닉, 섬세한 감정선까지 세계적인 차세대 디바로서의 위상을 증명한 무대였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스페인을 강타했다. 한국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첫 스페인 리사이틀에서 찬사를 받으며 K클래식의 위상을 높였다.
또한 예브게니 키신, 몽셰라 카바예,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적 클래식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콘서트가 열린 스페인 국립음악당에는 이 곳에서 공연한 스타들의 사진을 걸어두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 격인 상설 전시관이 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박혜상의 사진을 걸 예정이다.
박혜상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스페인 국립음악당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관객석의 55%만 제한 개방한 가운데 공연장 1290석이 만석을 이뤘다.
유명 인사들이 박혜상을 보기 위해 북새통을 이뤘다. 마드리드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티센 보르네미사’의 예술감독 기예르모 솔라나를 비롯해 마드리드 ‘카이샤포럼’ 관장 이사벨 푸엔테스, 마드리드시 대표 문화축제 ‘베라노스 데 라 비야’ 총감독 앙헬 무르시아 등 주요 문화기관 관계자 및 언론인, 클래식 전문 비평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스페인 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서 박혜상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그 노래 소리’ 등을 선보였다. 또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김주원 곡)’ ‘시편 23편(나운영 곡)’ 등 한국 가곡도 불러 깊은 울림을 전했다. 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감정이 고조된 관객들의 박수와 감탄이 연신 터져 나왔다.
박혜상과 스페인 천재 기타리스트 라파엘 아기레의 협연도 돋보였다. 두 아티스트는 ‘아리랑’과 ‘아델라’ 등 양국을 대표하는 가곡을 선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혜상은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진실하게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시간이었다”라며 “이번 공연 프로그램을 짤 때도 그런 부분을 많이 고려했고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곡들을 통해 관객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스페인 최대 클래식 음악전문잡지 리트모(Ritmo) 편집장 겸 비평가인 페르난도 로드리게즈는 “흥행과 예술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데뷔 공연이었다”며 “압도적인 생명력과 화려한 테크닉,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려내 차세대 디바로서의 위상을 증명한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관객들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박혜상의 사인이 담긴 CD 앨범 ‘I AM HERA’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한 현지 관객은 “한국 가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부를 때 전율을 느꼈다”며 “곡이 끝난 뒤 그녀가 격한 감동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며 함께 울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관객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밤이었다”며 “코로나로 많이 지쳐있었는데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당일 관객석에는 한국문화원이 특별 초청한 마드리드 소재 보건소 의료진 및 스페인 적십자 소속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함께 했다. 마드리드 소재 보건소 소장 에마 메넨데즈는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는 목소리였다”라며 “코로나의 장기화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는데, 그녀의 노래를 들으니 따뜻함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오지훈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장은 “이번 단체 초청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한국 문화를 통한 연대를 강조하고자 기획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그램 ‘라 다르세나(La darsena)’는 지난 13일 박혜상과의 인터뷰를 20분간 특집 방영했으며, 한국 소프라노와 스페인의 특별한 인연을 집중 소개했다.
박혜상이 2015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성악부문 2위, 스페인 전통가극 사르수엘라 부문 1위에 입상한 것을 기점으로 스페인 레퍼토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화려한 기교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혜상은 2020년 세계 정상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과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디바로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