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중립(보유) 의견도 0.6%...10대 증권사 중 최하위
증권사 매수 ‘고질병’...기업 이해관계·투자자 항의 의식
증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국내 증권사는 ‘매수’ 일색인 기업분석 리포트만 발간하고 있어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이례적 ‘셀(sell)’ 의견을 내놨지만 증권사들의 매도 관행은 여전히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100%에 가까운 매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국내 상위 증권사 10곳 중 지난 1년간 ‘매수’ 보고서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키움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의 매수의견 비율은 99.4%에 달한다.
이어 신한금융투자(95.1%), 하나금융투자(93.5%), 미래에셋증권(91.6%), 대신증권(89.9%), 삼성증권(87.9%), 한국투자증권(87.3%), 메리츠증권(83.8%), KB증권(79.9%), NH투자증권(74.8%) 순으로 매수 보고서 비중이 높았다.
최근 1년 동안 매도의견을 낸 국내 10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1.3%), 대신증권(1.0%), NH투자증권(0.5%) 3곳에 그쳤다.
다만 국내 증권사의 중립(보유) 의견이 사실상 매도 의견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립 보고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NH투자증권(24.8%)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KB증권(20.1%), 메리츠증권(16.3%), 한국투자증권(12.7%), 삼성증권(12.1%), 대신증권(9.2%), 신한금융투자(4.9%)가 그 뒤를 따랐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은 중립(보유) 의견 비중도 0.6%에 불과했다.
키움증권은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가파른 실적 개선을 보인 증권사다. 다만 상대적으로 약한 투자은행(IB) 부문 강화 등 사업 다각화도 중요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줄면서 리테일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의 이익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5%, 9%씩 하향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IB사업에서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중요해진 시점으로, 이를 타 대형사들보다 더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개인 고객 비중이 높아 수수료 수입에 영향이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잠재 고객인 상장기업은 통상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한다. 애널리스트의 매도 보고서로 관계가 악화되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서 해당 증권사를 배제하는 등 실력 행사를 감행할 수 있다. 또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낼 경우 기업으로부터 출입을 거절당하는 불이익을 받거나 고급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KB증권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간 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업계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투자자들에게 투자 판단을 제공하는 보고서가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국내 리포트 대다수가 매수만 외치는 것은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목표가를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상장회사와의 관계 악화와 고객 항의전화를 의식한 관행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명확한 근거에 의한 매도 리포트도 점차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