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명부 기재·거리두기 유야무야…업소들의 느슨해진 방역지침 준수에 관계당국 관리도 소홀
신록의 계절에 봄기운이 더욱 완연해지면서 야외 포장마차나 대형까페의 야외테이블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덩달아 거리두기와 출입명부작성 등 방역 의무지침 준수는 소홀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 휴일 저녁. 서울시 종로구에는 야외테이블이 개장된 포장마차 거리가 열렸다. 점포당 설치된 테이블의 개수는 평균 6개 정도로, 손님들이 집중된 저녁 7시부터 마감시간이었던 밤 10시까지 빈 테이블을 찾아보긴 거의 힘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손님들이 전자출입명부나 수기명부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차도와 겹치는 길가 테이블의 간격은 점점 줄어들어 거리두기 역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날 야외점포 거리를 방문하면서 명부 작성을 하지 않는 손님 A씨는 "왜 명부 작성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골이고 사장님이 바빠서 명부 기재를 안했을 뿐”이라며 화를 낸 뒤 “이런 이유로 신고를 하거나 중범죄로 몰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대학생 B씨는 “대부분의 술집이 출입명부 작성을 깜박 잊었을 때, 얘기해주거나 작성을 강요하는 곳은 드물다"며 “내 스스로 뒤늦게 작성했지, 업주가 보채거나 재차 물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피크타임이라 바빠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종로구의 술집 종업원 C씨는 “바빠서 출입명부작성 요청을 잊어버렸다”며 “바쁘면 놓칠 수도 있다. 이 동네는 다 그렇다. 일일이 확인하는 곳도 없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일하다 보면 (체크를) 못 할 수도 있는 것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광진구와 동대문구 등 서울시의 다른 구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6개 정도의 테이블 사이 사이에는 비닐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고, 1미터 이내로 다닥다닥 좁게 앉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포장마차 업주 D씨는 명부작성에 관해 물어보는 기자에게 투명스럽게 “바쁜 시간대에 내가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명부작성을 요청했지만 작성을 안 하려는 손님들도 많다. 명부에 기재된 정보가 가짜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E씨는 “업주들이 명부 작성을 요청 안해도 스스로 명부를 작성하는 편이다"며 “대형 프랜차이즈 등은 명부 작성을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노점상이나 연세 있으신 분들이 하시는 음식점들은 바쁘고 일하는 인원도 적다 보니 출입명부기재 권유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F씨도 “장소가 어디라고는 정확히 말을 못 하겠지만 카페나 식당들은 분주하면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점주가 작성하라고 권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양심상 스스로 알아서 적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업주가 요청하지 않는 곳은 '여기는 왜 얘기를 안 할까' 등의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계당국의 관리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한 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는 주간은 담당자들이 동을 지정해서 계속 확인하고 있고, 지난 주의 경우에는 매일 야간 점검을 했다"며 "야간 점검은 보통 저녁 7시 이후에 나가며 주간은 무작위 시간대로 나가고 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우려는 심각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홍기호 교수는 “현재 국민들의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리두기가 확실하지 않는 포장마차 등을 이용하는 것은 방역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접촉이 밀접하고 활동이 많은 곳에서는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훨씬 크다. 특히, 야외는 실내보다 환기가 잘 되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방역에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이를 통해 무증상 감염 경로 확산과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