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기업가치 급등에 민영화 타이밍 '관심'
물류 비용 제고 및 부대 사업 가능성에서 긍정적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의문…높은 인수 가격도 부담
해운 시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HMM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민영화 타이밍이 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매력이 높아진 정기선사를 국내 제조업체가 품는 것은 물류비용 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대사업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해운 시황이 워낙 가변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잠재위험을 감당하면서까지 인수전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219% 급증한 3조1299억원(증권가 컨센서스)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9645억원)만 하더라도 1조원에 육박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수 천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던 기업이 반전 스토리를 써나가는 중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관련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기인했다. 반면 해운 공급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운임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글로벌 수요가 2억1380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2억10만TEU 보다 6.9% 늘어나는 반면 선복량은 전년 보다 3.4% 늘어나는 데 그친 2440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율을 놓고 비교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고시황 구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박 공급 부족과 함께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기존선박연비지수(EEXI)는 오는 2023년 초 시행될 전망이다. 선사 우위 시장이 지속된다면 HMM의 실적도 당분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 장기화된 저시황 구조와 글로벌 해운사들의 운임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2016년 8월 현대그룹에서 완전 분리돼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갔다. 이후 정부 주도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힘입어 2만4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6000TEU급 선박 8척을 발주하며 뒤늦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작년 4월부터 초대형 선박 투입이 시작되면서 HMM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지난해 영업이익 9808억원을 달성,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회생한 HMM의 인수 매력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민영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수 기업은 높아진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대 사업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HMM 역시 새 모기업 산하로 들어가 투자를 다각화하거나 신성장동력 사업 등을 모색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포스코,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등이나 아직까지 의사를 개진한 곳은 없다. 이들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매해 투입되는 물류 비용이 상당한 편이다.
포스코는 2019년 그룹 내 분산돼 있는 물류 업무를 통합하는 물류 자회사를 추진했으나 해운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계열사를 포함한 포스코의 지난해 물동량은 1억6000만t, 물류비는 3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물류 자회사를 두면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포스코는 철강 제품 원료인 철광석, 유연탄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HMM이 주력인 컨테이너선과는 거리가 있다.
더욱이 철강, 조선, 해운 등 중후장대 산업은 시황 사이클이 글로벌 거시경제와 연동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영향을 받으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는 해운업 호황으로 컨테이너선사 뿐 아니라 벌크선사 역시 호재를 맞고 있지만 또 다시 저시황 구조로 돌변할 경우, 함께 리스크를 짊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운송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인수 주체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6년 정부가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했으나 시너지가 적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면서 HMM 인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정의선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려면 정 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23.29%)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인수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막대한 인수대금을 지불하면서까지 HMM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12.61%)과 해양진흥공사(4.27%)가 보유한 HMM 지분 가치만 따지면 현재 시가로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지면 매각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역량을 감안하면 인수 시너지 보다는 인수 리스크가 더 크다.
이 외에 물류시스템을 확충하고 있는 CJ그룹과 모기업이었던 현대그룹, 조선·건설기계 등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수소·배터리 소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 기업이 시황 변동성이 큰 레드오션에 속한 해운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현대그룹은 당시 현대상선의 높은 채무를 감당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다 결국 중견 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다.
최근 정부도 HMM 매각은 현재로선 적기가 아니라는 의사를 밝혔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해운사 HMM 민영화와 관련해 "최근 영업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민영화 검토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고효율 저비용 구조가 확립되고, 시장에서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한 수준으로 재무구조가 정상화되는 등 대내외 여건이 무르익는 시점에 민영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더불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HMM 민영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HMM 인수전은 연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HMM의 기업가치가 한층 높아진 만큼 물류 사업 확대 및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HMM 인수 의사를 얼마든지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