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165주기 맞아 크라이슬레리아나·12개의 교향적 연습곡 등 연주
“올해는 슈만이다!” 매년 주제가 있는 시리즈 음악회를 통해 예술에 담긴 시대정신을 연구해온 피아니스트 김선주가 ‘슈만 탐구생활’에 나선다. 2021년은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 서거 165주기다. 이 위대한 낭만주의 음악가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담아 연속해서 무대를 준비할 예정이다.
김선주는 오는 5월 15일(토)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다섯 번째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슈만에 관한 단상’이라는 서브타이틀에 걸맞게 대표적 피아노 솔로곡 ‘크라이슬레리아나’와 ‘12개의 교향적 연습곡’을 선사한다.
김선주는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들, 첼로 소나타 전곡, 그리고 바이올린 소나타 등의 잇단 연주를 통해 악성(樂聖)의 음악세계를 입체적으로 펼쳐보였다. 올해 슈만 음악회 역시 이런 학문적 연주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다.
김선주는 슈만과 ‘인연’이 있다.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음악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갔다. 이때 유학한 도시가 바로 슈만이 살았던 뒤셀도르프. 극심한 정신착란을 겪었던 슈만의 ‘라인강 투신’도 여기서 일어났다. 뒤셀도르프 슈만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치면서 슈만을 깊이 연구하고 공부했다.
먼저 김선주는 낭만파 음악 피아노곡의 끝장인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 Op.16)’를 연주한다. ‘크라이슬레리아나’는 ‘크라이슬러의 초상’이라는 뜻으로, 1838년에 모두 여덟 곡으로 작곡됐다. 동갑내기 쇼팽에게 곡을 헌정했고, 쇼팽은 그 답례로 ‘발라드 2번’을 선물했다.
슈만은 E.T.A. 호프만의 신문 연재소설 ‘크라이슬레리아나’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설 속 주인공 크라이슬러는 성가대 지휘자로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상처받고 불행했다. 오직 피아노 앞에서만 위안을 얻었다. 슈만은 이러한 크라이슬러의 캐릭터에 매혹됐다. 마치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았으리라.
처음엔 약간 기괴하고 난해한 음률이 흐른다. 이어 꿈꾸듯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느낌이 들다가 깊은 사랑에 빠져 따사로운 햇볕 속을 거닌다. 또 금세 돌변해 거친 폭풍우가 바다 한가운데를 강타한다. 빠르게 느리게, 빠르게 느리게 반복되는 연주는 마음의 진동을 일으킨다. 괴기, 환상, 동경이라는 낭만주의적 특징을 음악에 아주 훌륭하게 녹여냈다.
김선주는 이어 ‘12개의 교향적 연습곡(12 Études Symphoniques, Op.13)'을 들려준다. 슈만의 곡을 영국에서 자주 연주했던 다섯 살 어린 피아니스트 스턴데일 베넷에게 헌정됐다.
‘연습곡’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슈만은 자신이 극찬했던 쇼팽의 연습곡들과 같은 음악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다채로운 선율과 텍스처를 실험했다. 당시 획기적으로 발전했던 피아노의 모든 가능성을 살피면서 다양한 음색을 결합시키고 대조시킨 곡이다.
김선주는 “글솜씨가 뛰어났던 슈만은 ‘음악과 문학’의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낸 작곡가였다”며 “이번 콘서트는 그의 다층적 정신세계를 담고 있는 음악을 통해 낭만의 서정적 감성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티켓은 2만원이며 세종문화회관과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